앞으로 다국적 인수합병(M&A) 등‘지구적 거래(global deal)’를 성사시키려는 기업은 중국 당국의 눈치를 봐야 할 것 같다.
3일 월 스트리트 저널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독점을 규제하고 자유로운 경쟁을 촉진하기 위한 ‘반독점법(antitrust law)’의 제정을 거의 마무리하고 이르면 내년 초 이를 시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까지 국내법인 반독점법으로 국경을 뛰어넘는 기업 간 거래를 통제한 것은 미국과 유럽연합(EU) 뿐이었다. 두 지역이 전 세계 시장을 양분할 만큼 규모가 크다 보니 그 만한 지렛대를 행사했다.
때문에 국제경제계에선 미국이나 유럽의 반독점법에 막혀 ‘빅딜’이 무산되는 사례가 종종 논란거리로 부상했다. 2001년 잭 웰치 회장의 제너럴일렉트릭(GE)이 하니웰을 인수하려다 유럽의 반독점법에 막혀 무산된 것이 대표적인 예다.
당시 웰치 회장은 은퇴를 번복하고 복귀해 “미국 기업을 미국 기업이 인수한다는 데 왜 유럽이 막느냐”며 반발했지만 결국 뜻을 이루지 못했다. 결국 그는 “신화적 CEO마저도 반독점법을 몰랐다는 것은 미국이 얼마나 오만한가를 보여준 것”이라는 비판을 받으며 그 해 9월 사실상 불명예 퇴진했다.
반독점법 제정은 미국 유럽이 휘두르던 막강한 칼날을 중국도 쥐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중국 시장이 두 지역에 비견될 만큼 성장했다는 것을 과시하는 것이기도 하다.
법 초안은 기업 간 인수합병 규모가 2억 위안(2.500만 달러) 이상, 개별 업체의 중국 내 매출 혹은 자산이 15억 위안(1억 8,600만 달러) 이상을 적용 대상으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법은 인수합병 외 판매가격이나 신제품 출시일정 담합 등 공정경쟁을 저해하는 부분에 대해서도 엄격히 규제할 방침이다.
최근 중국에서 시장독점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 마이크로소프트(MS)와 이스트만 코닥 같은 다국적 기업이 이번 반독점법의 첫 희생자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중국에는 현재 28만 개에 달하는 외국계 기업이 진출해 있고 세계 최대 기업들은 대부분 중국에 사무소를 두고 있어 이번 반독점법은 세계경제에 미치는 파장이 만만찮을 것이란 게 한결같은 분석이다.
중국에 주재하는 외국계 기업들은 일단 반독점법 시행이 중국의 경제환경을 선진화 한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중국 당국이 이를 공정하게 집행할 만한 역량을 갖췄느냐는 점에 의문을 제기한다.
홍콩 과학기술대의 마크 윌리엄스 교수는 “반독점은 중국이 가보지 않은 길”이라면서 “중국에서 이 법을 운용할 만큼 내용을 아는 사람이 거의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황유석기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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