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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품 따라 쇼핑장소 골라가며 가치소비 '메뚜기 쇼핑族'이 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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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품 따라 쇼핑장소 골라가며 가치소비 '메뚜기 쇼핑族'이 는다

입력
2005.11.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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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차 주부 김성연(35)씨는 금요일 아침이면 냉장고에 부착된 쇼핑리스트 메모지를 점검한다.

식료품과 세제 등 생필품 뿐만 아니라 가족 구성원들이 필요로 하는 품목으로 채워진 메모지는 김씨가 주말 계획을 세우는 기본 자료. 금요일 아침에 메모지를 체크하는 이유는 매주 이때 쯤이면 각종 유통업체의 전단지들이 쏟아져 들어오기 때문. 김씨는 전단지를 통해 업체의 행사와 상품 가격들을 꼼꼼히 비교한 후 쇼핑 장소와 쇼핑 시기를 결정한다.

휴지나 세제, 기타 생활용품, 편하게 입는 캐주얼웨어나 스포츠웨어는 할인점에서, 아이디어성 조리용품과 내의 등은 홈쇼핑, 가격비교가 용이한 가전제품과 서적 등은 인터넷 쇼핑몰을 이용한다. 그러나 가격이 비싸더라도 액세서리나 정장류, 핸드백 등은 백화점에서 구입한다.

●달라진 소비자

‘크로스 쇼핑족’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주부 김씨처럼 원하는 상품을 얻기 위해 여러 쇼핑 장소를 넘나들며 족집게 쇼핑을 즐기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크로스 쇼핑’이란 과거 소득 수준별로 구분되던 유통 환경에서 벗어나, 소비자들이 자신의 가치관에 따라 상품 가격과 구매공간을 선택하는 것을 말한다.

즉 백화점, 할인점, 인터넷 쇼핑몰, 홈쇼핑, 재래시장 등 다양한 업태를 넘나들며 쇼핑을 하는 것이다. 한마디로 고급 승용차를 타고 할인점에 가서 화장지를 사는, 이색 소비자라고 할 수 있다.

우선 각 업체가 다양한 상품을 내놓고 치열한 가격경쟁을 벌이면서 소비자의 선택폭이 넓어진 점이 크로스 쇼핑족 확산의 배경이다.

특히 외환위기 이후 살림살이가 빠듯해지면서 저가 지향형 소비패턴이 확산되고 가격비교, 충동구매 자제, 할인쿠폰 사용 등을 적극 실천하는 합리적인 소비자가 증가한 것도 이유로 꼽힌다.

다른 한편으로는 알뜰 쇼핑과 함께 가치지향적 고급 소비행태가 증가한 데서도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외환위기 이후 한동안 고전을 면치 못하던 백화점업계도 이 같은 새로운 소비 패턴에 발맞춰 상품 고급화를 추구하면서 다시 한번 부흥기를 맞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제일기획이 최근 발표한 ‘우리 시대의 미드필더, 2635세대’라는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인구 구성비의 17%, 경제활동인구의 24%를 차지하는 26세부터 35세의 청년들이 다면 소비, 즉 크로스쇼핑의 대표적 주자라고 밝히고 있다.

이 보고서는 2635세대가 평소엔 쿠폰을 모아 알뜰 쇼핑을 하지만, 갖고 싶은 제품은 가격에 상관없이 구매하기 때문에 이들을 ‘가격 할인쿠폰을 모아서 벤츠 타고 이마트에 간다’고 비유했다.

● 소비자의 힘

크로스 쇼핑의 확산에 따라 국내 유통업태별 시장 점유율도 지난 10년간 큰 변화를 보였다. 2003년 할인점은 백화점 시장 규모를 뛰어넘었다. 1993년 처음 신세계 이마트가 할인점이라는 업태를 국내에 처음 선보인 지 불과 11년만의 일이다. 현재 공격적인 점포 출점이 지속되는 곳은 할인점 시장.

당분간 신세계 이마트, 롯데마트, 홈플러스 등의 할인점 전성시대가 계속될 것이다. 그러나 언젠가는 할인점 시장도 새로운 업태에 왕좌를 넘길지 모른다.

시간절약형 업태로 자리잡은 홈쇼핑과 인터넷쇼핑몰은 젊은 세대에서 경제력이 있는 중년층으로도 그 시장을 확대시켜가고 있다. 특히 쌍방향 TV 등 대화형 멀티미디어가 상용화하고, 초고속 정보통신망 구축이 확산되면 이 유통업태는 더 각광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은 지난해 발표한 ‘국내 인터넷쇼핑 시장전망 및 분석’ 보고서에서 국내 인터넷 쇼핑시장 매출액이 2003년 7조원에서 2010년 19조원으로 연평균 15.2%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인터넷쇼핑이 전체 유통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003년 5%에서 2010년 8%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신세계 유통산업연구소 노은정 과장은 “과거에는 유통업체가 새로운 업태를 개발하고 소비자들이 이를 따라가는 측면이 강했지만 최근에는 소비자들의 소비 패턴에 맞춰 유통업체가 업태를 개발한다”며 “이 때문에 소비자에 대한 연구를 게을리하는 업체는 도태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혁 기자 hyuk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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