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관악구 봉천동 인헌중이 운영하는 방과 후 교실은 ‘강감찬 학교’로 불린다. 문무를 겸비했던 인헌 강감찬 장군을 배우라는 의미에서다. 강감찬 학교는 인헌중 뿐만 아니라 인근 초ㆍ중학생들에게도 문이 활짝 열려 있다. 속이 가득 찬 방과 후 프로그램이 알려지면서 무려 200여명의 다른 학교 학생들이 강감찬 교실에 참여하고 있다.
3일 오후 4시10분께 들어가본 강감찬 학교의 중2 논술토론 독서교실은 전문가 수준의 토론장을 방불케 했다. 10여명의 학생들이 여성인권 문제와 관련된 교재를 읽은 뒤 개인 의견을 또박또박 발표했다. 남성중 2학년 박소리양은 “또래들과 함께 같은 책을 읽고 토론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겨 학교 오는 게 즐겁다”고 말했다.
앞서 2일 오후 2시40분께 경기 부천시 원미구 상동 상일초등학교 2층에 위치한 1학년 7반. ‘특기적성교육-한자부’ 명패가 함께 내걸린 교실에는 10명 남짓한 저학년 학생들이 한자 익히기 삼매경에 푹 빠져 있었다. 2학년 김도희 어린이는 “학원에 가지 않고도 한자 공부를 할 수 있어 너무 재미있다”며 활짝 웃었다.
이 학교는 3월부터 컴퓨터반, 논술반, 만화반, 원어민 영어반 등 모두 20개반의 방과 후 특기적성교육을 실시해 톡톡히 효험을 보고 있다. 총 1,900여명의 재학생 중 50%가 참여하고 있을 정도로 인기가 높은 비결은 수요자인 학생과 학부모의 요구를 반영한 프로그램 운영 덕택이다. 어머니회가 직접 나서 자녀들의 특기적성을 길러주는 데 도움이 될 만한 과목을 선정한다. 담당 강사도 엄격한 검증을 거친 뒤 뽑고 있다. 교육비는 대부분 월 1만원 안팎으로 학원 등 사교육비의 절반도 안 된다. 어머니회 정난영 회장은 “질 높은 방과 후 프로그램이 정착되면 아이들을 학원으로 억지로 내모는 일은 자연스럽게 사라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교육인적자원부는 올해 시범운영한 방과 후 학교가 이처럼 성과를 보이자 초중등교육법을 고쳐 내년부터 전면 시행키로 했다. 교육부 권혁운 학교현장지원팀장은 “2008년까지 전국적으로 700여개 학교가 방과 후 교실을 운영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방과 후 학교가 사교육의 상당 부분을 흡수하기 위해서는 프로그램을 더욱 다양화하고 강사의 질도 지금보다 크게 높여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김진각기자 kimjg@hk.co.kr전성철기자 foryo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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