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독일 프랑스 등 유럽연합(EU) 25개 회원국들이 어제 ‘북한 인권상황에 대한 결의안’을 유엔 총회에 제출했다. 결의안은 북한에서 고문과 공개처형, 정치범 수용소 운영 등의 인권침해가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있음을 지적하고 강제송환된 탈북자들에 대한 가혹행위 중단 등을 촉구하는 내용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대북인권결의안은 2003년부터 3년 연속 유엔인권위원회에 제출돼 채택된 바 있으나 유엔총회 제출은 처음이다.
유엔총회는 17일부터 25일 사이에 이 결의안을 처리할 예정인데 국제사회의 전반적인 분위기로 볼 때 결의안 채택은 거의 확실시되고 있다. 문제는 우리 정부의 선택이다.
정부는 과거 비슷한 내용의 유엔 인권위 결의안 표결에서 한번은 표결 불참, 두 번은 입장 표명 후 기권했다. 그 때마다 정부는 북한 인권문제에 대해 관심이 없는 것이 아니며 한반도의 특수성에 따라 접근방식을 달리하는 것일 뿐이라고 설명했으나 큰 호소력을 갖지는 못했다.
우리는 정부의 입장을 이해할 수 있다. 북한의 인권 문제는 근본적으로 북한 체제의 성격에서 비롯된다고 봐야 한다. 따라서 북한 인권 문제를 근본적으로 개선시키기 위한 전략 없이 북한의 인권 실태에 대해 분노를 표시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인도적 지원과 경협을 통해 북한 주민의 가장 기본적인 인권인 생존권을 향상시키면서 체제변화를 유도하는 것이야말로 북한인권 상황을 실질적으로 개선시킬 수 있는 방법이라고 본다.
그러나 탈북자들의 증언 등을 통해 북한 인권상황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가 고조돼 있는 상태에서 인권문제를 강조해온 정부가 국제사회의 정서와 동떨어진 입장을 취한다는 것은 큰 부담이다.
국내에서도 한나라당이 결의안 표결 찬성 촉구 결의안을 제출하는 등 정부에 대한 압박이 거세지고 있다. 정부는 이제 국제사회와 국내의 비판적인 여론에 통할 수 있는 대북 인권정책의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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