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 테마는 지난해 말부터 코스닥시장에서 ‘태풍의 눈’으로 떠올랐다. 골판지 제조업체인 산성피앤씨가 줄기세포 연구회사에 투자했다는 이유만으로 엄청난 폭등세를 보인 게 계기였다.
특히 황우석 박사의 배아줄기세포 관련 연구는 불 붙은 바이오 테마에 기름을 끼얹은 격이었다. 그러나 바이오주는 뉴스에 따라 주가 변동이 너무 심하기 때문에 개인투자자들이 섣불리 손을 댈 경우 상당한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조류 인플루엔자 치료제 ‘타미플루’의 국내 생산과 관련, 일부 바이오ㆍ제약주 주가가 2일 폭등했다가 3일 폭삭 주저앉은 것도 이 같은 바이오주의 특성을 여실히 보여준다.
전문가들은 바이오주에 대한 시장의 폭발적인 관심과는 달리 이들 종목에 대한 진지한 연구자료는 거의 전무하다고 지적한다.
바이오주의 경우 연구 능력이나 실적과는 무관하게 단순히 회사명에 ‘바이오’라는 글자만 들어가도 주가가 폭등하는 등 펀더멘털과는 무관하게 움직이는 경우가 일반적이라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미래에셋증권 황상연 연구원이 3일 ‘될 성 부른’ 바이오주를 고르는 기준을 제시하는 보고서를 내놓아 주목된다.
황 연구원은 “바이오주 투자의 경우 다음 세 가지 주요 특성을 감안해 신중히 종목을 골라야 한다”고 지적했다. 첫째, 시작 단계의 기술이 상업화로 연결되려면 적어도 5년 이상의 기간이 요구된다. 둘째, 실험단계에서 개발된 기술이나 물질이 중간 공정을 거치지 않고 곧장 제품생산으로 연결된다.
즉, 제조업과 같이 부품업체→완성품업체 등의 단계를 거치며 가치를 부가하는 과정이 없으므로 기업 간에 성공과 실패의 명암이 극명하게 드러난다.
‘전부’ 아니면 ‘전무(全無)’의 생존 법칙이 지배하는 셈이다. 셋째, 신약(또는 신기술)이 시장에 침투하려면 높은 가격을 정당화할 수 있는 확실한 의료적 혜택을 주어야 한다.
이 같은 관점에서 볼 때 올해 최고의 신드롬을 일으킨 줄기세포 관련주에 대해서도 냉정한 시각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 환자와 동일한 유전형질을 보유한 배아줄기세포를 대량 생산할 수 있는 기술적 개가를 올린 것은 분명하지만, 정작 줄기세포를 이용한 치료제를 개발하기까지는 극복해야 할 기술적ㆍ제도적 장벽이 간단치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높은 변동성을 이용한 단타매매 대상이 아니라 5년 이상을 기다리며 ‘대박’을 꿈꾸기 위해서는 어떤 기준으로 바이오주를 골라야 할까.
황 연구원은 ▦보유 기술이 확실한 수요층을 갖고 있는가 ▦기술의 진입장벽이 높고 경쟁기업에 비해 차별화 요소가 있는가 ▦기술 수출이나 피인수 등으로 수익이 조기에 실현될 수 있는가 ▦상업화 했을 경우 제품 라인업을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기술인가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황 연구원은 “애피매트릭스와 인사이드 등 한때 각광 받았던 미국의 바이오주도 2000년 나스닥 거품 붕괴 후 5년을 거치며 기업 가치의 명암이 엇갈렸다”면서 “이는 상업화 가능성과 지속성 여부 때문이었다”고 설명했다. 결국 ‘수익모델의 타당성’이 바이오주 종목 선정의 가장 중요한 조건인 셈이다.
최진주 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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