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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美와 손 굳게 잡는 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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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美와 손 굳게 잡는 일본

입력
2005.11.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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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29일 워싱턴에서 개최된 ‘미ㆍ일 안보협의위원회’에서 미국과 일본의 외교 및 방위담당 각료들은 주일미군 재편에 관한 중간보고서를 채택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양국은 미 워싱턴주에 주둔 중인 미 제1군단 사령부를 일본 도쿄 인근 가나가와현 자마 기지에 이전하고, 항공자위대 총대사령부를 요코다 기지로 옮겨 미 제5공군과 공동 운용하고, 같은 기지에 통합운용조정소를 설치하는 등 긴밀한 연합방위태세를 구축하기로 했다.

또 장기간 현안이었던 오키나와 후텐마 기지를 미국 측이 요구한 슈와브 기지 해상시설로 이전하고, 오키나와 주둔 미 해병대 일부 병력을 괌 기지로 이전해 오키나와 지역 주민들의 부담을 경감하는 조치도 취하기로 하였다.

이로써 2003년 이후 미ㆍ일 양국 간에 쟁점이 되어왔던 주일미군 기지 재편안의 윤곽이, 잠재적 위협에 대한 억지력의 강화와 일본 주민들의 부담 경감이라는 기조 하에 대체로 합의됐다.

●성공과 실패의 동맹 경험

양국은 2월 19일에도 테러리즘 확산과 중국의 군사력 근대화, 그리고 북한의 핵개발 시도 등을 공통의 위협으로 인식하는 공통전략목표에 합의한 바 있다. 즉 9ㆍ11 이후 미국과 일본은 테러리즘 및 대량파괴무기의 확산, 그리고 중국의 군사적 부상 및 북한의 핵무기 개발 시도 등을 새로운 위협 요인으로 인식하면서 이에 대응하기 위한 공동의 군사태세를 강화하고 있는 것이다.

미ㆍ일 동맹 강화는 첨단무기체계 개발과 안보 역할 확대로 이어지고 있다. 양국은 1998년 이후 ‘미사일방어체제’의 공동연구에 착수하여 이미 해상 배치형 미사일방어시스템 개발을 끝내고 내년부터 실전에 대비한 실험 및 공동 개발을 할 예정이다.

이뿐만 아니라 일본은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주창한 ‘핵확산방지구상(PSI)’에 적극 참가해 작년에는 도쿄만 해상에서 직접 PSI 훈련을 주관하기도 했고, 올해는 싱가포르에서 개최된 훈련에 해상자위대 함정을 파견하기도 했다.

미ㆍ일 동맹 강화는 자국의 동맹 경험에 대한 일본 전략가들의 성찰을 기반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일본에 미ㆍ일 동맹은 역사상 세 번째 동맹이다. 1902년 일본은 영국과 최초의 동맹을 체결한 바 있고, 1940년에는 독일 및 이탈리아와 추축국 동맹을 체결한 경험이 있다.

영ㆍ일 동맹을 통해 일본은 세계 최강 국가와 안보 협력을 도모하면서 러ㆍ일 전쟁 승전과 1차 세계대전에서의 승전국 부상이라는 혁혁한 결실을 거둔 바 있다. 반면 추축국 동맹 체제하에서 일본은 독일, 이탈리아 등과 연대하며 영미 주도 하의 국제질서에 대해 도전했지만, 태평양전쟁의 패전과 제국의 파멸이라는 참담한 결과를 맛봤다.

이 같은 성공과 실패의 역사가, 21세기 일본의 외교안보 담당자들의 뇌리에 강하게 각인되어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들은 21세기 최강 국가 미국과의 동맹 관계를, 한 세기 전의 영ㆍ일 동맹이 그러했듯 자국의 국제적 지위 향상을 위한 최고의 자산으로 활용하고 있다.

한국도 10월 21일 미국과 연례안보협의회를 갖고 북한 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과 적절한 시기에 전시작전통제권 이양 논의를 개시한다는 점에 합의한 바 있다.

21세기 한ㆍ미 동맹의 미래지향적 발전을 위하여, 미ㆍ일 동맹의 강화 과정에 나타난 것처럼 양국의 공통 위협이 무엇인가를 재확인하고, 그에 효율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한국군과 주한미군 간 최적의 연합방위태세를 강구해야 할 것이다.

●최강국과의 동맹은 자산

세계 최강의 국가와 동맹을 체결하고 있는 것이 한반도 평화를 위한 소중한 전략적 자산임을 재인식하면서 그 전략적 활용에 지혜를 모아야 한다. 한 때는 적국이었던 미국과 자국의 안보 부담을 공유하면서, 국제무대에서 국익을 극대화해 나가는 일본의 전략적 지혜를 우리는 배워야 할 것이다.

박영준 국방대 안보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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