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황당한 외신 하나를 보았다. 아르헨티나 어느 기차역에서의 얘기이다. 기차가 제 시간에 들어오지 않고 연착을 했다. 기차든 버스든 전철이든 와야 할 시간에 오지 않으면 화가 난다.
10분이 지나고 20분이 지나고 드디어 한 시간이 넘으면 “이놈의 기차, 들어오기만 해봐라. 불을 확 질러버릴 테니” 하고 흥분하는 사람도 나오기 마련이다.
그러나 그런다고 정말 불을 지르는 사람은 없다. 그런데 어제 그 기차역에서는 화가 난 승객들이 정말로 기차에 불을 질러버렸다.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열차 다섯 량이 모두 타고 난동을 부린 승객 수십 명이 체포됐다고 한다.
꼭 우리 동네 성윤이 아저씨 같은 사람들이다. 어느날 이 아저씨가 양복을 쫙 빼 입고 자전거를 타고 가다가 페달에 바짓가랑이가 걸려 옷이 찢어졌다. 그러자 그 자리에서 자전거를 천방둑 아래로 집어던졌다. 건져오는 건 언제나 부인과 아이들 몫이다.
마당에서 한눈을 팔고 걷다가 함지박에 발이라도 찧으면 당장의 성질에 못 이겨 도끼로 함지를 패어버린다. 그리고 나선 다음날 생철 조각을 오려 함지에 못질하던 그 아저씨, 지금도 그 성질 여전하신지 궁금하다.
소설가 이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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