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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 CEO가 '장군들 자리' 점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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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 CEO가 '장군들 자리' 점령

입력
2005.11.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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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는 3일 한국석유공사 사장에 황두열(62) SK㈜ 상임고문을, 한국가스공사 사장에 이수호(61) LG상사 부회장을 각각 내정했다. 황 내정자는 울산 출신으로 부산상고와 부산대를 나왔으며, 이 내정자는 경남 진주 출신으로 진주고와 연세대를 졸업했다.

이번 인사에서 우선 눈길을 끄는 대목은 두 사람이 모두 민간기업 CEO(최고경영자) 출신이라는 점이다.

물론 공기업 사장에 CEO출신이 기용된 것이 처음은 아니지만, 군인 관료 정치인들이 거의 독점해왔던 석유공사와 가스공사 사장 자리를 대기업 CEO들이 맡은 것은 이례적이다.

석유공사 사장 자리는 그 동안 나병선 전 6군단장과 이수용 전 해군참모총장, 이억수 전 공군참모총장 등 군 장성들이 주로 거쳐갔기 때문에 ‘별들의 고향’으로 불리기도 했다. 가스공사 역시 지난 22년간 군인, 정치인, 관료들이 번갈아 사장을 맡았었다.

청와대는 앞으로도 공기업 사장을 임명할 때 민간 분야의 경영기법을 접목시킬 수 있도록 기업 CEO 출신들을 적극 기용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공기업과 정부 요직에서의 부산상고 인맥의 약진도 관심을 모은다. 1962년 부산상고 49회로 졸업한 황 내정자는 노무현 대통령(53회)의 고교 4년 선배.

지난해 임명된 김지엽(45회) 대한석탄공사 사장과 한행수(50회) 대한주택공사 사장도 부산상고 출신이다. 과거 정부에서 부산상고 출신들은 경제ㆍ금융계에는 적잖이 포진하고 있었으나, 공공기관장으로 발탁되는 경우가 드물었던 것과 비교하면 최근 부산상고 출신들의 공기업 진출은 주목을 받기에 충분하다.

정부 고위직 가운데는 윤광웅(48회) 국방부장관, 오정희(54회) 감사원 사무총장, 성윤갑(56회) 관세청장, 차의환(53회) 청와대 혁신관리비서관 등이 부산상고 동문이다.

일부에서 대통령의 동문이라는 점이 인선 과정에서 유리하게 작용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지만, 청와대측은 “전문성을 고려해야 하는 인사에서 특정학교 출신이라는 점이 결격 사유가 돼서는 안 된다”고 반박했다.

김광덕기자 kd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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