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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화숙 칼럼] 공중도덕의 시대를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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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화숙 칼럼] 공중도덕의 시대를 기다리며

입력
2005.11.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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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사 앞에는 횡단보도가 하나 있다. 보행신호가 결코 긴 곳이 아닌데도 사람들이 건너오는 사이를 비집고 달려가는 차들이 있다. 이것은 도로교통법 위반으로 처벌을 받아야 하는 범죄이다.

그런데 이 같은 범죄는 보행신호가 깜빡일 때마다 거의 매번 일어난다. 심지어는 ‘정지선을 지킵시다 - OO경찰서’라는 나무판을 들고 서있는 사람 앞에서도, 정복 교통경찰 앞에서도 거리낌 없이 일어난다.

그렇다고 그 사람이 그걸 제지하느냐. 그것도 아니다. 그냥 멀뚱멀뚱 바라본다. 공권력을 무시하는 국민과 무시당하는 것을 예사로 여기는 공권력이 만들어내는 무질서이다.

오후 9시가 가까워오면 서울시의 유료통행 터널 앞 도로에 차들이 진을 친다. 그 시간부터 통행료가 무료가 되기 때문에 돈 몇 천원을 아끼겠다고 공도를 막고 늘어선 것이다. 이 때문에 그 길은 병목현상이 생겨 연쇄적으로 다른 곳까지 계속 차가 막히게 된다.

●불법 주차·소음 시위 버젓이

매일 이들이 낭비해야 하는 시간과 연료를 비용으로 환산하면 대단할 것이다. 그렇다고 이들을 단속하는 교통경찰은 보지 못했다. 공권력이 이기적인 개인들을 통제하지 못하면서 사회 전체가 비용을 지불하고 있는 셈이다.

유료터널 앞만 그런 것이 아니다. 서울의 곳곳에서 버젓이 도로에 주차 되어 있는 차들을 만난다. 하루 이틀도 아니고 늘 그렇다. 구청의 단속? 있을 리 없다. 그러니 비싼 세금으로 만든 도로가 절반만 사용이 된다. 당연히 길이 막힌다. 역시 사회적 비용은 만만치 않다. 하지만 고쳐지지 않고 있다.

요즘 서울에서 1주일이면 멀다 하고 만나게 되는 시위현장에도 탈법은 판을 친다. 노동문제, 수도이전 반대 등 주장하는 이들의 특성은 극과 극일테지만 귀청을 찢는 소음을 만들어내는 것은 비슷하다.

집회와 시위에 관한 법률은 70데시벨로 집회 때의 소음을 제한하고 있지만 시위집단도 공권력도 이 기준을 지키는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이 때문에 침묵하는 다수의 시민들이 고스란히 그 피해를 입는다.

자기 주장을 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다. 그런데 대한민국에는 자기 주장을 위해 법과 공공질서의 한도를 넘어서는 일이 너무 자주 일어난다. 그리고 이에 대해서 공권력은 너무도 무력하다.

한국인들이 공권력을 무시하게 된 배경은 이해를 한다. 공권력이라는 것이 민주화 운동을 하는 사람들을 잡아다가 죽이기까지 하는 험악한 세월이 불과 18년 전까지 계속되었다. 불법검문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김대중 정부에 들어서였다. 그러니 공권력에 저항하는 것은 오랫동안 민주화 운동과 동일시되었다.

그 와중에 대학생들이 가짜 대학생인 젊은이를 경찰 프락치로 오인해서 때려죽이기까지 했어도 그 불안감을 한편에서는 이해하던 시절까지 있었다. 이토록 비극적으로 끝나지는 않았지만 린치를 했던 것이 분명한 다른 사건은 그 대학생의 불안감을 표현한 항소이유서로 인해 독재정권을 비판하는 근거가 된 적도 있다.

하지만 공권력에 맞서는 것을 민주화와 동일시해야 했던 시대는 그 맞은 편에 그보다 더 잔혹한 독재정권이 있고 공권력이 그 하수인 역할에 충실했기에 가능했다. 독재를 수호하는 공권력이 아닌 시절에도 공권력을 무시하는 일이 공공연히 일어난다면 문제는 심각하다. 공동체적 질서 자체가 무너질 수 있기 때문이다.

●공권력 무시는 결국 우리 피해

민주사회의 구성원이라면 저마다의 이익을 추구하되 공동체 전체의 이익을 위해 스스로의 이익을 삼가는 법도 익혀야 한다. 공권력이란 이같은 도덕률을 익히지 못한 이들로부터 공동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국민들이 고용한 권력위임기관이다. 시민의 권력과 공권력의 권력이 따로 있지 않다.

이제 좀 차분해지자. 공동체 안에서 살기 위해 내가 참아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생각하고 실천하며 살자. 그리고 공공의 질서를 지킬 줄 모르는 그악스런 개인이나 집단이 있다면 공권력은 이들이 법을 지키도록 제발 똑바로 일해주기 바란다. 무엇보다도 시민들 스스로 공중도덕을 지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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