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마고속도로 터널 안에서 발생한 나이키 미사일 수송차량 폭발사고는 한 마디로 어처구니 없다. 비록 폐기할 무기이지만 고성능 폭약이 그대로 들어있는 미사일을 장거리 수송하면서 언제든 일어날 수 있는 차량 충돌이나 화재 등에 이토록 허술하게 대비한 것이 한심하다.
수송트럭의 화재원인이 타이어 파열이든 다른 뭐든 간에, 폭발물 호송책임이 있는 공군이 건성으로 안전조치를 취한 탓에 대형사고를 불렀다고 본다.
군은 안전수칙을 지켰다고 변명한다. 미사일 탄두와 추진체를 분리하고 뇌관을 제거했으며, 수송트럭마다 호송관이 타고 헌병차량이 행렬을 호위했다는 것이다. 또 운송회사에 화물이 미사일이라고 알려 안전에 신경 쓰도록 했다고 한다. 그러나 트럭 운전기사는 미사일 적재사실조차 몰랐다고 진술했다. 그만큼 형식만 갖췄을 뿐, 실제 안전에는 소홀했음을 알 수 있다.
이는 미사일 추진체를 실은 트럭에 붙은 불을 소형 소화기로 끄려다 실패한 데서 그대로 드러난다. 이 정도 폭발물을 실은 호송 행렬이라면 화학소방차는 아니라도 별도 소화장비와 훈련된 병력을 함께 딸려보냈어야 한다. 헌병과 호송관을 붙인 것만으로 민간과는 다른 군 특유의 철저한 대비태세를 갖췄다고 볼 수 없다.
불탄 미사일 추진체의 고체연료는 탄두처럼 고성능 폭약이 아니어서 대형 폭발을 일으키지 않고 멀리 날아가기만 한 것으로 보인다. 만약 탄두 적재트럭이 불타 폭발했다면 터널 안에 갇힌 차량 100여대의 민간인이 참사를 당했을 것이다. 그런데도 군이 변명을 앞세우는 것은 잘못을 깨닫지 못한 것으로 비친다.
신무기 타령을 하느라 낡은 미사일 수송에 따르는 위험은 소홀히 여긴 것은 아닌지 반성해야 한다. 평화시대 군은 전력 증강에 앞서 각종 안전사고를 예방, 국민에게 걱정과 폐를 끼치지 않도록 힘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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