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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범죄 대응체계 재정립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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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범죄 대응체계 재정립해야

입력
2005.11.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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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 연쇄살인사건’이 미궁에 빠진 채 공소시효가 다가오고 있다. 엽기적 살인사건이 간혹 발생해 공포심을 불러일으키는 데다 절도, 강도, 사기, 불량배와 취객의 행패 등 각종 폭력 역시 만연해 있다. 국가 전체적으로 범죄를 통제하는 기능에 뭔가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통계상으로 우리나라는 범죄율은 낮고 검거율은 높아 큰 문제가 없다고 한다. 불필요하고 과장된 범죄에 대한 공포는 금물이지만 무책임한 무사안일 역시 피해야 한다. 엽기적 연쇄살인이 수면 위에 드러난 ‘빙산의 일각’이라면, 소위 ‘민생 침해 범죄’라 일컫는 일상적 범죄는 수면 아래에 있는 ‘빙산의 몸체’라고 할 수 있다.

그 크기와 정도를 알아야 적절한 관심과 대책이 마련될 텐데 보복의 두려움 및 사법기관 불신 등으로 인한 신고 기피로 인해 공식 통계만으로는 범죄 문제의 실상을 알기 어렵다.

특히, 경찰 등 범죄 통제부서의 관행이 ‘근무 중 이상 무’를 강요하고 있으며, 언론과 국회는 문제가 발생하면 책임자를 추궁하고 문책을 요구하는 것을 습관으로 삼고 있다 보니 더더욱 실상은 잘 드러나지 않는다.

●통계에 안 잡힌 범죄 많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범죄 문제를 ‘삶의 질’ 영역에서 다루고 있다. 국민 개개인의 삶의 질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뜻이다. OECD가 집계, 발표하는 범죄관련 통계는 ‘교도소 수감률’과 ‘피해자 조사’, 두 가지인데 피해자 조사를 제대로 하지 않는 우리나라는 교도소 수감자 비율 집계에만 포함되어 있다.

2005년 발표한 통계를 보면 우리나라는 28개국 중 11번째로 많은, 인구 10만 명당 78.6명이 교도소에 수감돼 있다. 물론 468.5명으로 1위를 차지한 미국에 비하면 양호한 편이지만 각각 39.3명인 터키와 일본의 2배, 22.1명인 아이슬란드의 3.5배로 매우 높은 수준이다. 재범률 역시 64.3%로 상당히 높다.

문제는 다른 OECD 국가들과 달리 우리나라는 국가적 범죄 대책 수립 및 집행체계가 마련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다. 범죄가 발생하는 원인, 범죄자가 되는 경로, 재범률이 높은 범죄자의 특성 및 상황, 피해 대상 등을 총괄하는 부서도 담당자도 없다. 경제, 교육, 복지 등 관련 기관과의 정책 조율 및 민간 영역과의 연계 협력을 담당하는 기능도 없다.

특히, 상호 협력이 긴요한 일선 현업 부서인 경찰, 교정 및 보호관찰 등 각 영역의 독립성과 횡적 연계가 확립되어 있지 못하고 검찰 권력의 일부로 전락한 채 상호 유리되어 있다.

범죄 문제가 그리 심각하지 않으니 범죄와 관련된 업무는 권력을 유지하고 지배를 공고히 하기 위해 국민과 사회를 통제하는 도구쯤으로 이용해도 좋다는 권력층 내부의 묵계가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강한 의문이 든다. 하지만, 우리 사회의 범죄 문제는 매우 심각해 수많은 피해자가 피눈물을 흘리고 있다.

●유관기관 협력 시스템을

실효성 있는 범죄 대응 체계를 마련하기 위해 국가적 역량을 모아야 할 때다. 법무부는 ‘검찰부’의 구태를 벗고 민간화, 전문화를 이루어 권력기관이 아닌 범죄 정책의 허브 기관으로 거듭나야 한다.

검찰은 지배하고 지휘하는 점령군 장교가 아닌, 일선 현업부서를 지원하고 법률적 통제를 하며 본업인 기소에 전념하는 법률 전문 집단의 본 모습으로 돌아와야 한다.

그래야 우리나라도 ‘머리가 있는 형사사법제도’를 가지게 되어 국가적 범죄 대책이 수립되고 조율되고 집행될 수 있으며, 기관 간 권한 다툼과 반목에서 벗어나 경쟁하며 협력하는 범죄 통제 시스템을 갖출 수 있게 된다.

범죄로부터 안전한 살기 좋은 사회가 경제 성장과 국가 발전의 기초라는 상식을 다시 한번 확인해보는 아침이 되었으면 한다.

표창원 경찰대 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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