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전교조가 아시아ㆍ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바로 알린다는 차원에서 제작한 ‘계기교육’ 자료가 논란을 빚고 있다. 전교조 홈페이지에 있는 동영상 자료에는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캐릭터가 ‘퍼킹(fucking)’ 등의 비속어를 남발하는 것으로 그려져 있다.
또 “(오사마 빈 라덴에게) 테러하는 XX들 다 때려잡아야 돼” “(촛불시위에 대해) 촛불 든 XX들 다 테러리스트 아냐” 라는 등의 발언을 하는 것으로 돼있다. 한나라당 김기현 의원은 “학습자료 35쪽 가운데 긍정적인 효과를 설명하는 것은 1쪽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비판적인 내용”이라고 밝혔다.
계기교육은 중요한 사회적 현안이 발생했을 때 교사들이 재량에 따라 실시하는 수업이다. 학생들이 교육과정에 없는 시사적인 주제에 대해 연구하고 토론하는 것은 교육적으로 가치 있는 일이다.
그런 점에서 APEC 바로 알기 수업 자체를 문제 삼을 필요는 없다. 부산시 홍보자료와 APEC 반대논리 자료를 나눠준 뒤 각자의 주장을 요점 정리케 하는 수업방식도 나무랄 것은 아니다.
하지만 학생들에게 보여줄 동영상 자료는 누가 봐도 문제가 많다. 교사들이 과연 저런 자료를 만들었나 싶을 정도로 천박하고 수준 이하다. 계기교육의 가장 중요한 요소인 합리성과 중립성이 결여돼 있다. 아직 지적 판단 능력이 부족한 어린 학생들에게 편향된 자료를 제공하고 미리 정해놓은 방향으로 몰고 가려는 것은 비교육적이다.
더더구나 ‘APEC 바로 알기’라는 취지에 전혀 맞지 않는다. 계기교육은 최소한의 사회적 합의가 이뤄진 내용을 바탕으로 객관적으로 가르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과거 독재정권 시절 획일적인 반민주교육의 악습을 거꾸로 되살릴 셈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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