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 4년 만에 실비오 베를루스코니(69) 이탈리아 총리가 최악의 위기를 맞고 있다. 경기 침체와 이라크 파병 철회 여론, 야당 총리 후보인 로마노 프로디 전 총리의 인기 상승 등으로 내년 4월9일 치러지는 총선에서 승리를 장담할 수 없게 됐다.
BBC는 “국민들은 여전히 베를루스코니 총리의 뇌물스캔들, 정치자금 불법모금 등을 기억하고 있다”며 “차기 정권을 이끌만한 인물이 아니라는 평가가 늘어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총선이 6개월도 남지 않았지만 경제성장률은 1%대조차 벗어나지 못하면서 민심은 이미 베를루스코니를 떠났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국민은 국민을 챙기지 않는 정치인에게 지쳐 있다”고 분석했다.
실업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보다 높은 8.1%를 기록하고 경제를 떠받치는 중소기업들마저 중국과 인도에게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라크 파병도 그의 목을 죄고 있다. 올 3월 미군에 의한 자국 정부요원 오인사살 사건을 계기로 철군을 약속했지만 아직까지 300명만 불러들였을 뿐 2,900여 명은 여전히 주둔해 반전여론을 잠재우지 못하고 있다. 30일 한 방송사와의 인터뷰를 통해 이라크전쟁은 잘못됐다는 입장을 밝히는 등 반전여론에 영합하려는 고육책만 쓰고 있다.
올 4월 연정 내부의 갈등을 봉합하지 못한 것도 위기를 부채질 하고 있다. 지안프란코 피니 외무장관은 “내가 이끌고 있는 민족동맹이 베를루스코니가 이끌고 있는 ‘이탈리아의 힘’보다 많은 의석수를 얻으면 차기총리 자리를 가져갈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어렵게 야당에게 승리하더라도 총리직 보장이 어려울 수 있다는 예기다.
베를루스코니는 집권 중도우파연합이 지방선거에서 대패하면서 연정이 붕괴되자 4월20일 자진사퇴 승부수를 던지며 기사회생 했지만 지도력에는 큰 상처를 남겼다.
프로디 전 총리의 급부상도 커다란 부담이다. 16일 이탈리아 정치 사상 처음으로 야당 총리 후보 경선을 치른 프로디는 투표자 400만 명 중 73.5%의 압도적 지지를 받으며 바람몰이에 성공했다. 프로디는 96년 총선에서 베를루스코니에게 쓰라린 패배를 안겨주며 96년부터 2년 동안 총리에 재직한 경험이 있어 승리를 자신하고 있다.
고성호기자 sung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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