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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윤범의 파워클래식] 악보 '넘기스트'에도 박수를 쳐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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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윤범의 파워클래식] 악보 '넘기스트'에도 박수를 쳐주자

입력
2005.11.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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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순이, 혹은 넘돌이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는지. 악보를 넘겨주는 이들인데, 이들이야말로 무대 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사람들이다.

악보를 잘 보고 있으면서 넘길 부분을 간파하고 있다가, 연주자가 연주하는 데 지장이 없는 순간에 정확히 넘겨야 하기 때문에 이들도 상당한 음악적 지식이 필요하다. 그들도 전문가라서 ‘넘기스트’라고 높여 부르기도 한다. (너무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말기를…. 당연히 콩글리시다).

넘기스트는 거의 모두가 피아니스트의 도우미다. 독주회 반주나 실내악 공연에서 연주하는 피아노의 악보는 다른 악기의 악보를 포함한 총보라서 넘기기가 쉽지 않게 편집되어 있다.

때문에 피아니스트에게는 도우미가 필요한데 사람 구하기가 쉽지 않다. 악보를 잘 보는 사람이어야 하기 때문에 대부분 제자를 데려온다. 학생에게는 스승과 함께 큰 무대에 오르는 영광을 얻는 기회이기도 하다.

그러나 무대에서 악보를 넘기는 일은 실시간으로 진행되는 고난도의 퍼포먼스(?)라서 실수가 많다. 경험 많은 연주자도 실수를 하는데 수많은 청중 앞에서 떨지 않는 학생이 어디 있겠는가. 모두가 자신을 쳐다보는 기분이다. 어떤 사람은 미리 음반을 들으며 연습하고, 심지어 공연 전에 미용실도 다녀온다!

이처럼 준비하고 가도 실수로 악보 두 장을 넘기는 사고는 빈번하다. 어떤 피아니스트는 옆에서 두 장을 넘겨준 걸 모르고 그대로 보고 연주한 적도 있다고 한다. 조심해서 악보를 넘겼는데 악보가 저절로 다시 되넘어가는 경우도 있고, 팔을 뻗어 넘기다 연주자의 손을 건드려 실수하게 만들 때도 있다. 이 얼마나 스릴 넘치는 순간들인가.

가장 흔한 실수는 악보를 잘 따라가지 못해 넘겨야 할 타이밍을 놓치는 것이다. 최근 피아니스트 김대진 교수로부터 재미있는 경험담을 들었다.

어떤 연주회에서 반주를 하던 중에 넘겨주는 학생이 실수로 악보를 넘기지 않아 몇 번을 직접 넘기며 어렵게 연주를 했다. 당황한 김 교수는 인터미션 때 대기실로 들어와 넘기스트에게 주의를 줬지만, 이제 와서 다른 학생으로 바꾸면 마음의 상처가 심할 것 같아서 잘 타이르고 다시 무대에 올랐다.

그런데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악보를 넘길 부분이 막 지났는데도 옆에서는 무슨 다른 생각을 하고 앉아있는지 멍하니 앉아있는 것이었다. 김 교수는 다급한 나머지 학생에게 조그맣게 소리쳤다. "얘야! 얘야!" 그랬더니 학생도 조그맣게 피아니스트의 귀에다 대고 천진난만한 표정으로 속삭였다고 한다. "왜요?"라고.

연주자를 도와주는 숨은 일꾼들의 도움이 있기에 우리는 멋진 공연을 볼 수 있는 것이다. 공연이 끝나면 넘기스트를 위해서도 힘차게 박수 쳐주자.

현악사중주단 콰르텟엑스 리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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