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위기 이후 국내에 진출한 해외 투기자본이 적어도 6조원의 시세 차익을 올린 것으로 추정됐다.
대한상공회의소(회장 박용성)는 2일 ‘해외 투기자본 유입의 영향과 대응과제’ 보고서를 통해 “1998년 외환위기 이후 국내에 진출한 해외 자본의 움직임을 조사한 결과 투기적 성격이 강한 자본이 최소 6조원의 시세 차익을 올린 것으로 추산됐다”며 “해외 투기자본은 기업의 투자 위축을 초래하고 경제의 선 순환을 저해하는 만큼 공정한 과세를 비롯한 다양한 방어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보고서는 은행업 허가를 얻는 과정에서 특혜 및 불법 논란을 야기한 해외 자본, 페이퍼컴퍼니 설치를 통해 조세 회피를 의도한 해외 자본, 경영권 분쟁과 감자를 통해 단기간에 고수익을 추구한 해외 자본 등을 해외 투기 자본으로 보고 각종 보고서와 언론 보도 등을 종합해 이같이 추산했다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해외 투기 자본은 기업에 여유 자금이 생기면 생산적 투자에 활용하기보다 배당금을 늘리도록 요구한다. 또 외국 자본의 인수ㆍ합병(M&A)를 막기 위해 자사주 매입에 더 많은 자금을 쓰도록 해 그 만큼 생산적 투자에 쓸 재원이 줄어든다.
해외 투기 자본은 또 국내 금융의 자금중개 기능도 위축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외자본에 인수된 국내 은행의 경우 기업금융보다는 수익성이 높은 가계대출에 주력하고 있어 중소기업의 자금난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것.
보고서는 “국내 기업의 배당금이 생산적 부문으로 선 순환 하지 않고 과도하게 해외투기자본으로 들어가고 있어 국부유출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지난해 전체 배당금액 중 47.7%인 4조8,000억원이 외국인에게 지급된 것으로 조사됐다.
보고서는 “미국이나 영국처럼 외국인이 국가 주요 산업을 M&A할 경우 정부가 사전에 심사를 강화하고, 공공의 이익에 반하는 외국 자본에 대해서는 철수 명령을 내리는 등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 실질적으로 은행을 지배하는 자에 대한 감독과 엄격한 사후 적격성 심사를 실시하고, 외국계 펀드의 조세 회피를 방지하기 위해 공정 과세 대책도 마련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상의 관계자는 “국내 기업들이 경영권 방어 부담에서 벗어나 적극적으로 투자에 나설 수 있도록 서둘러 선진국의 해외 투기자본 방어 제도를 도입해야 할 시점”이라며 “기업 차원에서도 투명경영과 윤리경영 등을 강화하고 사회적 합의를 통한 경영권 방어에 힘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일근 기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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