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악재로 곤경을 겪고 있는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이 31일 정통 보수 성향의 새뮤얼 얼리토 연방항소법원 판사를 대법관에 지명, 위기 탈출을 위한 시동을 걸었다.
부시 대통령은 얼리토 판사 지명을 통해 중앙정보국(CIA) 비밀요원 신분누설 사건, 이른바 ‘리크게이트’에 집중된 미 여론의 비판적 시각을 희석하고 자신의 최대 지지 기반인 보수층을 다시 묶으려 한다는 게 일반적 분석이다.
미 보수 세력의 재결집을 위한 ‘얼리토 카드’는 일단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미 보수 진영은 부시의 선택에 대해 “결혼식과 미식축구 슈퍼볼 경기를 함께 맞는 기분”이라고 말할 정도로 열광하는 분위기라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빌 프리스트 상원 공화당 대표는 민주당의 반발에 대해 “우리는 싸울 준비가 돼 있다”며 전의를 불태웠다. 이들은 부시 대통령이 해리엇 마이어스 전 대법관 지명자가 결국 자진 지명 철회로 물러나는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결국 가야 할 길로 돌아왔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부시 대통령이 보수 세력의 환호에 둘러싸여 국면 전환의 성과를 즐기기에는 상황이 그리 녹록치가 않다. 우선 민주당이 부시 대통령을 거세게 몰아 세울 게 분명하다.
상원 법사위 민주당 간사인 패트릭 리히 의원은 “얼리토 카드는 불필요하게 도발적인 지명”이라면서 “나라를 통합하기 보다는 국가 분열 위험을 무릅쓰고 자기 당파만을 이롭게 하겠다는 정략적인 선택”이라고 비난했다. 얼리토 판사에 대한 상원 인준이 지난한 과정이 될 것임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일부에서는 민주당이 얼리토 판사의 인준을 저지하기 위해 필리버스터(의사진행방해) 전술을 사용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얼리토 판사 지명이 리크 게이트를 덮을 만한 위력을 발휘할 것으로 보기도 어렵다. 기소된 루이스 리비 전 부통령 비서실장 재판 과정에서 이라크전 정보조작 등과 관련한 부시 정부의 부도덕성이 드러날 경우 부시 정부는 대법관 지명으로 덮을 수 없는 치명상을 입을 수 있다. 무엇보다 리비 전 실장이 3일 처음으로 법정에 서면 미 여론의 관심은 다시 온통 리크 게이트에 쏠릴 것으로 예상된다.
워싱턴=고태성특파원 tsgo@hk.co.kr
워싱턴=고태성 특파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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