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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호철의 정치논평] 박정희의 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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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호철의 정치논평] 박정희의 저주?

입력
2005.11.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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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의 저주?’ ‘박정희의 복수?’ 아니면 ‘박정희의 자식 사랑?’ 10ㆍ26 재보궐 선거 결과를 들으면서 머리를 스쳐간 생각들이다.

다른 날도 아니고 박정희가 젊은 여대생 모델, 그리고 ‘그때 그 사람’과 비밀 연회를 즐기다 목숨을 잃은 26번째 기념일에 치러진 재보궐 선거에서 박근혜 대표가 이끄는 한나라당이 반유신 민주화운동의 정신을 계승하고 있다고 볼 수 있는 열린우리당과 민주노동당(그리고 민주당)을 누르고 4대 0으로 완승을 하였기 때문이다.

사실 한 언론사가 집계한 바에 따르면 노무현 정부는 이번 선거 이전에도 각종 재보궐 선거에서 32전 전패를 한 역사적 대기록이 있다. 따라서 이번 완패 역시 새로운 뉴스가 아니다. 그러나 박정희의 저주를 생각하게 된 것은 열린우리당뿐만이 아니라 민주노동당까지 자신들의 텃밭인 울산 북구에서 패배했기 때문이다.

●색깔론 앞세워 재선거 완승

물론 열린우리당이 이번 선거에서 참패한 것은 재보궐 선거라는 것이 원래 정권에 대한 견제심리 때문에 여당에 불리한데다가 그간의 실정에 의해 노무현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의 인기가 워낙 바닥을 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지지 기반이 돼야 할 서민들이 신 자유주의 정책에 의한 사회적 양극화로 인해 적대적으로 변하고 그동안의 지지 기반이었던 호남과 개혁 세력까지도 한나라당과의 대 연정론 등으로 등을 돌렸다.

설상가상으로 재보궐 선거에서 기권율이 높은 젊은이들과 달리 투표율이 높은 냉전ㆍ보수적인 노인층 등이 강정구 교수 사태가 터지면서 투표에 더욱더 적극 참여했기 때문일 것이다.

민주노동당은 대법원의 편파적인 판결에 의해 의원직을 잃어버린 조승수 의원의 후임에 현대자동차 노조위원장 출신을 공천했지만 현대자동차의 정규직 노동자들에게 그리 좋은 감정이 있다고 볼 수 없는 비정규직과 하청업체 노동자들의 지지를 얻어내는 데 실패한데다가 때맞춰 터져 나온 민주노총의 비리 사건으로 가지고 있던 의석조차 지키지 못하고 말았다. 또 지난 1년 반 동안 민주노동당이 기대했던 만큼 인상적인 의정 활동을 보여주지 못한 것도 패인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그러나 주목할 것은 한나라당, 즉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가 보여준 선거 전략이다. 박대표는 최근의 강정구 교수 사태, 특히 천정배 법무부장관 지휘권 발동이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무너트리는 망국적인 일이기 때문에 전 국민이 나라를 구하는 구국 투쟁에 나서야 한다는 전면적인 색깔론으로 이번 선거에 임했다.

박 대표가 전면적인 색깔 전쟁을 택한 것이 몸에 밴 극우 냉전주의에 의한 조건반사적인 반응인지, 아니면 색깔 전쟁을 통해 청계천 개통으로 상한가를 치고 있는 이명박 서울시장을 견제하고 판을 ‘좌파 노무현 정부’와 ‘구국의 잔 다르크’인 자신의 대결로 바꾸기 위한 전략적 선택인지 알 수 없다.

다만 확실한 것은 이 같은 전략이 결과론적으로는 일단 성공한 것처럼 보인다는 점이다. 그러나 이번 승리를 통해 한나라당은, 아니 최소한 박 대표는 스스로 무덤을 팠다.

즉 박 대표는 자신이 결코 유신 식의 낡은 극우 냉전세력이 아니라 21세기를 이끌어 갈 수 있는 건전한 합리적 보수주의자라는 것을 국민에게 보여줄 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잃어버리고 말았다. 눈앞의 전투에서 이기기 위해 큰 전쟁을 포기하고 만 것이다.

●朴대표 대선가도 짐 될수도

박 대표가 잊지 말아야 하는 것은 5060세대가 2030세대보다 두 배 이상 투표율이 높은 재보궐 선거와 달리 대통령 선거는 세대 간 투표율 격차가 그렇게 크지 않으며 인구의 절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것은 탈냉전적인 2030세대라는 사실이다.

이 점에서 열린우리당과 민주노동당의 참패라는 10ㆍ26 26주기에 있었던 ‘박정희의 저주’는 사실은 민주화세력에 대한 저주가 아니라 박 대표에 대한 저주가 되고 말 가능성이 매우 크다.

손호철 서강대 정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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