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청의 러시아 유전개발 의혹 사건을 수사 중인 정대훈 특별검사팀이 14일 최종 수사결과 발표를 앞두고 마무리 수순을 밟고 있다. 8월 19일 출범 이후 특검이 이뤄낸 성과가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사실상 없다”고 해도 크게 틀린 말은 아니다. “특검이 의혹을 하나도 밝혀내지 못했다”, “혈세를 17억원이나 낭비했다”는 지적과 함께 ‘특검 무용론’도 나온다.
특검은 검찰수사에서 놓치고 지나갔을 사건의 단서를 찾기 위해 바닥을 이 잡듯 뒤졌다. 계좌추적의 범위를 넓혀 가족계좌까지 샅샅이 훑었고, 관련자들의 이메일 계정까지 압수수색했다. 강원랜드 카지노에서 전대월씨의 출입기록과 칩 환전 내역을 하나하나 맞춰보는 수고도 마다하지 않았다.
당초 특검을 의식한 검찰의 철저한 수사로 인해 밝혀질 내용은 거의 다 나온 상태라는 점이 한계였다. 핵심 인물인 허문석씨의 신병을 확보한다면 상황이 달라졌겠지만 해외에서 종적을 감춘 허씨를 검찰에서도 어쩌지 못한 상황에서 특검이 잡아들이기란 어려운 일이었다. 이 같은 결과는 특검 출범 당시부터 예상됐던 것이다.
특검에 대한 비난의 화살촉은 좀 더 먼 곳을 겨냥해야 한다. 유전의혹 사건을 초기부터 권력형 비리로 단정지은 한나라당은 이를 정권에 대한 공격무기로 활용해 톡톡히 재미를 봤다.
검찰수사에서 권력형 비리가 드러나지 않았으니 말을 거둬들이지 않는 한 특검을 요구하는 건 한나라당의 자연스런 수순이었다. 여기에 여당도 정치적 득실을 계산해 이에 동조한 것이 이번 특검의 탄생 배경이다.
툭하면 검증되지 않은 의혹 만을 가지고 검찰 수사를 제쳐 놓고 정치적으로 남발되는 특검은 없어야 한다는 교훈, 이것이 이번 특검이 남긴 성과라면 성과다.
박상진 사회부기자 oko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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