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이 흘러도 변치 않는 우리는 영등포 친구."
1일 열린 서울 영등포초등학교(교장 변병권) 개교 100주년 기념식장에 특별한 손님들이 찾아왔다. 일제 강점기 이 학교 전신인 영등포소학교를 다녔던 일본인 동창들이 모교의 기쁜 날을 축하하러 왔다.
재학생들의 무용을 지켜보던 32회 졸업생 가와치 하지메(77ㆍ河內基)씨는 후배들의 재롱에 흥이 겨워 "나도 1928년 2월 3일 영등포에서 태어난 100% 영등포 아이"라며 들뜬 모습이었다. 하지메씨는 "우리 학교는 내가 다닐 때도 교내에 수영장이 있는 등 교육여건이 아주 훌륭했다"며 "당시에 운동을 열심히 한 덕분에 이렇게 건강한가 보다"고 자랑했다.
교사 입구에 서 있는 뉴스와 문자가 나오는 입식 전광판을 신기한 듯 쳐다보던 나이토 요시코(73ㆍ여ㆍ 內藤儀子)씨도 "한강에 두꺼운 얼음이 얼면 친구들과 스케이트를 타러 다니곤 했다"며 추억에 젖었다. 요시꼬씨는 "학교 정문을 들어서며 빨간색 벽돌 건물이 눈에 들어오자 나도 모르게 숨이 턱 막히더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이날 모교를 찾은 백발성성한 동문들로부터 가장 큰 호응을 얻은 행사는 교실 한 칸을 개조해 만든 역사관 개관식이었다. 졸업생들은 자신이 학교를 다닐 때 쓰던 책, 걸상과 교과서, 상장 등을 둘러보며 다시 학창시절로 돌아간 듯 흐뭇해 했다.
한편 이날 기념식에서는 1963년 졸업한 51회 동문들이 중심이 돼 학교 100주년 기념행사를 조촐하게 치르는 대신 남은 행사비용으로 모교 결식아동 후원행사를 벌여 관심을 끌었다.
이 행사를 주도한 총동창회 권용인(56) 부회장은 "후배들 중 급식비조차 내기 힘든 학생들이 10%가 넘는다는 이야기를 듣고 '한창 자라는 아이들 든든하게 밥이라도 먹여야겠다'는 생각에 시작한 일"이라며 "어려운 처지의 후배들을 돕는 건 선배로써 당연히 해야 할 내리사랑 아닌가요"라고 말했다.
전성철기자 foryo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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