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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스타들, 속속 연극무대에 "별 볼 일 많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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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스타들, 속속 연극무대에 "별 볼 일 많네"

입력
2005.11.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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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센터 개관 43주년 기념작으로 공연됐던 ‘세일즈맨의 죽음’은 확실한 증거였다. 9월29~10월14일 17차례에 걸쳐 펼쳐졌던 무대에 객석은 유료 점유율 90%라는 대기록으로 답했다.

전무송 박상원 전양자 등 TV와 영화 속 스타들의 열연을 바로 코앞에서 확인할 수 있는 기회였다. 열정적인 몸짓과 대사로 튀는 땀과 침은 그들의 아날로그적 존재감을 확인하는 반가운 증거였다.

힘든 시대, 연극판은 1, 2인극으로 몸집 줄이기에 나서느니 과감한 스타 마케팅으로 나아가기를 선택했다. 공연을 코앞에 두고 있는 극단 유무비의 ‘육분의 륙(戮)’. 삶의 권태를 위험천만의 놀음(러시안 룰렛)으로 풀어가려는 유한 계급의 작태를 그린 연극이다. 엽기적 내용보다 더 화제를 끌고 있는 것은 작품을 만든 사람들이다.

‘야수’, ‘남극일기’, ‘올드보이’ 등으로 정상의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영화배우 유지태가 출연한다. 이번엔 배우로서뿐만 아니라, 제작자로도 이름을 올렸다.

지난해 ‘해일’이라는 작품으로 연극무대에 모습을 드러낸 그는 매년 한 차례씩은 연극 무대에 서겠다는 다짐이다. 이밖에 KBS TV의 드라마 ‘애정의 조건’ 등에서 주부 팬을 확보한 탤런트 장현성은 증권사 사장으로, 인기 모델 진이한은 검사로 각각 분한다.

또 TV 출연에 이어 올들어서만 ‘금자씨’, ‘너는 내 운명’ 등 3편의 영화에까지 출연한 연극 배우 고수희도 이 작품에 등장, 장르 허물기의 또 다른 사례를 보여준다. 현재 연극 ‘맨드라미 꽃’에도 출연하고 있는 그는 “판이한 자본력을 가진 연극과 영화를, 많은 배우들이 동시에 경험하게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시대적 추세에서 극단 골목길이 보여주는 행보는 인상적이다. 고수희를 비롯, 최근 영화와 광고 등 다양한 매체에서 각광받고 있는 배우 박해일을 배출한 극단이다.

대표 박근형씨는 “나는 극단 소속 배우들과 영화 감독들을 이어주는 일에 적극적으로 나선다”며 “이제 연극 배우들도 매니저를 둘 만큼 자기 관리에 들어 간 시대라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연 기획사 POA의 김화영씨는 “최근 연극계에서는 불황 극복을 위한 자구책으로 스타 캐스팅이 자주 언급되고 있다”며 “하지만 연극계로 보자면 높은 개런티가 최대의 걸림돌이고, 영화나 방송사로 보자면 영화사나 매니지먼트사 등이 꺼리는 실정이어서 쉽지 않다“고 말했다.

최근 유오성, 설경구 등 스타급 영화배우들을 연극에 출연시켜 높은 관심을 끌었던 극단 한양 레퍼토리의 경우는 대표인 이 배우들이 한양대 최형인 교수의 제자라는 인연이 가장 결정적이었다는 것.

중견 연극배우이자 영화배우인 주진모는 이 같은 현상에 대해 “침체에 빠진 연극계가 관객을 끌어들이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상품으로 자리매김한 뮤지컬처럼, 연극도 어떤 관객에게 무엇을 줄 것인지 입장을 명확히 정리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연극 평론가 송민숙씨는 “대중적 인기 여부는 차치하고, 작품의 결과가 기존에 했던 것보다 더 성공적일 때 이런 현상도 하나의 ‘의미 있는 추세’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전망했다.

장병욱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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