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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나는 美실리콘밸리를 가보니…

입력
2005.11.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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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자동차를 타고 남동쪽으로 1시간. 미국 서부의 심장부인 ‘베이에리어’(Bay Area)를 둘러싸고 스탠포드 대학이 있는 팔로알토(Palo Alto)에서 산호세(San Jose)까지 이어지는 면적 1,500㎢의 지역에 첨단 기술 기업들의 보금자리인 ‘실리콘밸리’가 자리잡고 있다.

1990년대 인터넷 PC 열풍을 타고 최대 호황을 누렸다가 2000년대 이후 정보기술(IT) 업계의 불황으로 줄곧 내리막길을 걸었던 실리콘밸리에 서서히 경기 회복의 훈풍이 불고 있다.

샌프란시스코에서 ‘캘 트레인’(Cal Train)을 타고 산호세로 가는 1시간30분 동안 차창밖 철로 좌우에는 여전히 버려진 창고와 빈 건물들이 눈에 띄지만, 거품 붕괴의 흔적을 치우려는 듯한 재건축 공사가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실리콘밸리의 중심지인 산타클라라 시내에서도 낙관적인 분위기가 풍겨나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외지인의 증가다. 힐튼, 웨스틴, 매리어트 등 산타클라라의 고급 호텔들은 빈 방을 구하기 힘들다.

택시 기사인 이브람 쿠마르씨는 “요즘 특별한 행사가 없는 데도 시내 호텔에 손님이 넘쳐 난다”며 “특히 아시아계 사람들이 부쩍 많아졌다”고 말했다.

중국과 한국, 일본 등지에서 실리콘밸리 기업과의 제휴를 위해 찾아오는 사람들이 크게 늘어난 것이다. 실리콘밸리 상공회의소측은 “90년대와 비교해 실리콘밸리와 아시아, 태평양 지역 기업들의 교류가 부쩍 늘었다”며 “덕분에 전반적인 기업 활동이 증가세로 돌아섰다는 것은 매우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실리콘밸리 새 바람의 주역은 구글(google)을 위시한 신세대 닷컴 기업과 엔비디아, ATI 등 반도체 설계 전문 기업들이다.

분기마다 깜짝 놀랄 만한 실적을 내고 있는 구글은 3ㆍ4분기에 매출 16억 달러에 4억 달러의 순이익을 올리며 창업 5년만에 시가총액 1,000억 달러를 눈앞에 두고 있다.

엔비디아는 반도체 제조공장 없이 설계 만으로 올해 상반기에 12억 달러의 매출에 지난해의 5배에 이르는 1억4,000만 달러의 순익을 냈다.

인텔처럼 반도체 전문기업에서 종합 정보기술(IT) 기업으로의 변신에 성공한 실리콘밸리 1세대 기업들의 부활도 눈에 띤다.

인텔의 경우 단순한 PC용 중앙처리장치(CPU) 생산 판매에 의존하던데서 탈피, 무선통신(와이맥스)과 모바일 컴퓨터 기술(센트리노) 등을 판매해 매출 기반을 확대하고 있다.

삼성전자도 이곳에 연구개발센터를 운영하면서 실리콘밸리 활성화에 한 몫을 하고 있고, MP3 플레이어 아이리버의 디자인업체인 이노디자인은 아예 이곳에 본사를 두고 있다.

지역경제 상황을 보여주는 각종 지표도 희망적이다. 2002년 20%를 넘어섰던 실리콘밸리 지역의 사무실 공실률은 최근 16%대로 내려앉았다. 한때 10%대에 육박했던 실업률도 5.6%로 떨어졌다.

외지인들이 몰려들면서 산호세 공항 이용객도 월 100만명을 넘어섰고, 실리콘밸리 지역의 집세 역시 지난해보다 평균 2% 올랐다.

실리콘밸리의 부활은 우리 기업들에게 새로운 기회가 될 전망이다.

현지 업계 관계자는 “연구개발(R&D) 중심으로 전환한 실리콘밸리 기업들이 높은 수준의 생산력과 파일럿 시장을 겸비한 파트너 기업을 찾고 있다”며 “이런 점에서 한국 디지털 기업은 고려 대상 1순위”라고 말했다.

산호세=정철환기자 ploma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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