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 내 친노(親盧) 세력이 들썩이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당내 비난 수위가 높아지자 흩어져 있던 친노 그룹들이 ‘노무현 지키기’를 위해 다시 결집할 태세다.
이들은 노 대통령 엄호하면서 당 일각에서 제기되는 ‘탈노(脫盧)’ ‘반노(反盧)’ 바람을 차단하는 한편 향후 당청간 매개 역할을 자임한다는 복안이다. 여기엔 노 대통령을 공개 폄훼하면서 지도부 사퇴를 주도한 재야파 등에 대한 악 감정도 일부 작용하고 있다.
당내 친노 세력은 이광재, 이화영 의원 등 386세대 의원들의 연구 모임인 의정연구센터(의정연)와 유시민 의원 등 개혁당파 출신들이 결성한 참여정치연대(참정연), 노 대통령 후원회장을 지낸 이기명씨가 상임고문으로 있는 국민참여연대 1219(국참) 등이다.
이 중 세 결집의 깃발을 먼저 든 것은 의정연이다. 이화영 의원은 31일 “노무현 흔들기를 더 이상 용인할 수 없다는 생각에 친노 세력이 힘을 합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지도부 사퇴를 주도한 세력에게는 모든 것을 대통령 탓으로 돌리려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반성을 주문하고 싶다”고 재야파 쪽을 겨냥했다.
국참도 이날 의원회관 회의실에서 정청래 의원 등이 참석한 가운데 긴급 당원 토론회를 열고 “지금의 대통령 비난은 2002년 후단협(후보단일화협의회) 사태와 같다”고 목청을 높였다. 2002년 노 대통령이 후보시절 반(反) 이회창 후보 단일화를 요구하며 사실상 노 후보의 사퇴를 압박했던 구 민주당 일부 의원과 지금의 재야파 등을 같은 차원에서 본다는 얘기다.
당 외곽에서는 김두관 대통령 정무특보도 “지지율이 떨어질 때 같은 소속 정당에서 근거 없는 비난이 나오는 것을 보면서 망령이 되살아나는 것 같은 위기감을 느꼈다”며 “정치도의에 어긋날 뿐 아니라 책임 있는 의원의 행동도 아니다”고 대통령 비판 세력에 대한 반격을 본격화했다.
이 같은 움직임은 향후 전당대회 등을 전후해 노 대통령의 국정운영 평가를 둘러싸고 격렬한 당내 논란이 벌어질 것임을 예고한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소수인 이들이 어느 정도 영향력을 발휘할 지는 불투명하다. ‘반노’에 대한 반감만 공유하고 있을 뿐 정동영, 김근태 두 장관의 계보에 비해서는 수적으로 크게 열세다.
당의 한 관계자는 “내년 전대까지는 목소리를 낼 수 있지만 결국은 정치적 이해득실에 따라 각자의 길로 들어설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들이 나름대로 응집력을 갖추고 있고, 목소리가 높다는 점에서 예상 밖의 심각한 분란이 유발될 가능성을 점치는 이도 적지 않다.
염영남기자 liber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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