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공식석상에서 검은 양복을 즐겨 입으며 독특한 화법과 매너를 보여주는 지도자다. 유엔총회에서 구두를 벗어던진 흐루시초프, 중얼거리며 말하던 브레즈네프, 시골 사투리를 구사한 고르바초프, 보드카에 빠진 옐친 등 기행을 일삼던 역대 러시아 지도자들에 비해서는 ‘정상적인 대통령’으로 비쳐진다.
푸틴이 첫 임기(2000~2004년) 동안 한 발언을 모아 최근 발간된 ‘푸틴키 : 푸틴 대통령 어록 선집’은 “러시아 대통령의 화법에 혁명을 가져왔다”는 그의 독특하고 유머러스한 화술을 보여준다. 인터내셔널 헤럴드트리뷴이 31일 발췌ㆍ소개했다.
▦방미 소감=“부시 대통령의 목장에서 하룻밤을 보낸 것에 별로 흥분하지 않았다. 부시는 KGB 출신 대통령을 초청하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궁금했음에 틀림없다. 그러나 그 역시 CIA 국장을 지낸 사람의 아들이다. 그래서 우린 가족 같은 분위기에서 잘 지냈다.”
▦러시아 장성에 대해=“그들은 똑똑한 사람들이고 다른 나라 장성들보다 더 멍청하지 않다”
▦이라크전에 대해=“러시아군도 이라크전에 참전해 달라는 제안에 대답해야 한다면, 여러분들은 ‘우리가 어리석다면 그렇게 하지’하고 답하고 싶을 것이다.”
▦미국의 미사일방어계획에 대해 =“계란을 요리하려다 집을 태우는 격이다”
▦하고 싶지만 할 수 없는 것에 대해=“나는 때때로 그렇게 하고 싶은 마음이 들지만 러시아 헌법의 틀을 벗어날 수 없다.”
▦신흥 부유층에게=“누군가가 당신을 완전히 지배하고 있을 때 뿐만 아니라 언제든 항상 당신은 법을 지켜야 한다는 사실을 이해해야 한다.”
▦두뇌유출에 대해=“두뇌 유출이 있다는 것은 러시아에 두뇌가 있다는 말이다. 그것은 좋은 출발점이다.”
▦미래에 대한 학생들과의 대화=“우리는 모두 공룡처럼 멸종할 것이다.”
문향란기자 iam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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