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이즈미 준이치로 (小泉純一郞)총리가 31일 단행한 일본 내각 개편에서 보수ㆍ강경파를 외교 전면에 배치한 것은 일본 정부가 앞으로도 야스쿠니(靖國) 신사 참배 강행 등으로 상징되는 아시아 경시 외교를 계속하겠다는 뜻으로 풀이할 수 있다.
이 같은 인사는 고이즈미 총리의 야스쿠니 참배로 심각한 외교적 갈등을 빚고 있는 한국과 중국 정부가 최악으로 꼽았던 시나리오 중에 하나이기 때문에 일본과의 외교 관계 개선은 힘든 상황이 됐다.
고이즈미 총리는 또 여당과 정부를 연결하는 주요 포스트로 특히 관심을 모았던 관방장관에 아베 신조(安倍晉三) 자민당 간사장 대리를 임명함으로써 향후 전망을 더욱 어둡게 했다.
이들은 고이즈미 총리의 야스쿠니 참배를 강력하게 지지하는 것은 물론, 한국 등이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는 제3의 추도시설 건설에도 부정적인 입장을 표명하고 있어 이른 시간 내의 야스쿠니 문제의 해결은 불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최근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의 일본 방문을 성사시킨 한국 정부로서는 깊은 실망감을 갖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이 때문에 노무현 대통령의 방일 등 양국간의 주요 외교 일정은 성사가 어렵게 됐다.
도쿄의 외교 전문가는 “이번 외무성 장관 인사는 고이즈미 총리가 한층 심화하고 있는 아시아 국가들과의 관계 악화를 개의치 않겠다는 의사의 표명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아소 신임 외무성 장관은 “창씨개명은 조선인들이 ‘성씨를 달라’고 한 것이 시발이었다”는 등 망언을 계속해 물의를 일으킨 인물이다. 예전 같으면 각료가 이 같은 망언을 하면 해임을 당하는 등 무거운 징계를 받았지만, 지금은 오히려 외교 책임자의 자리에 오르게 됐다는 점이 일본 사회의 변화라면 변화이다.
일본 패전 직후 총리를 지낸 요시다 시게루(吉田茂)의 외손자이며, 조선인 강제징용으로 막대한 부를 축적한 일본의 유명한 아소광업소 창시자의 장남인 그는 역사를 왜곡하고 미화하는 후쇼샤 교과서의 후원자이기도 하다.
외무성 장관의 위치에서 “입이 가볍다”는 주변의 지적대로 언제라도 역사문제에 대한 ‘소신발언’을 할 가능성이 커 외교적 갈등이 더욱 심화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보수 강경파로 차기 총리 후보 1위의 국민적 인기를 모으고 있는 아베 신임 관방장관은 “총리가 되더라도 야스쿠니 참배를 계속하겠다”는 말을 반복해 주변국가들로부터 강한 비판을 받아왔다.
아베 장관은 아베 신타로(安倍新太郞) 전 외무성 장관의 아들이고 기시 노부시케 전 총리의 외손자이다.
그는 이날 임명받은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지금까지 야스쿠니 신사를 한 개인의 입장에서 참석했고 그런 마음으로 앞으로도 참배할 것”이라며 참배를 계속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도쿄=김철훈 특파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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