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가 되기 위해서는 부동산을 비롯해 금융상품 채권 주식 등에 적절히 투자하는 게 정석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부자들의 자산운용 비중을 보면 지나치게 부동산에 치우쳐 있다. 실제로 부동산 투자를 하지 않았다면 현재 내로라하는 한국의 부자가 되긴 어려웠을 것이다.
서울 성북동에 사는 A(76세)씨는 평범한 회사원으로 시작해 수백 억원을 모은 알부자다. 직장생활 당시 A씨의 재테크전략은 그의 동료들이 보기에는 매우 독특했다. 월급을 타면 적금을 통해 목돈을 모으는 것이 아니라, 한남동에서 배를 타고 강남으로 건너가 평당 20~30원 하던 땅을 사들였던 것이다.
1970년대 강남이 본격 개발되면서 A씨의 재테크전략은 성공하기 시작했고, 지금은 자연스럽게 자타가 공인하는 한국의 부자가 됐다.
서울 삼성동에 사는 B(57세)씨도 땅 투자로 부자가 됐다. 조실부모하고 학업을 포기해야 했던 그는 자장면 배달, 공장 노동자, 건설현장의 막노동을 전전하며 종자돈을 모았다.
그리고 돈이 어느 정도 모이면 무조건 땅을 사들였다. 그는 가난뱅이에게 시집오겠다는 여자가 없어 불혹을 넘긴 나이에야 결혼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 모든 시련을 땅을 사는 보람으로 극복했고, 지금은 수백 억원의 재산을 가진 부자가 됐다.
많은 사람들이 땅부자를 꿈꾸며 토지시장을 기웃거리고 있다. 경기 강원지역과 충청권의 일부 토지시장은 땅 투자자들의 등쌀에 몸살이 걸릴 지경이다. 그러나 생각만큼 투자수익을 얻을 수 있는 땅을 찾기가 쉽지 않은 것도 현실이다. 아파트에 투자하자니 세금부담 때문에 꺼려지는 상황이기도 하다. 때문에 부자를 꿈꾸는 사람들은 요즘 부동산 투자를 할 수도 안 할 수도 없어 속마음이 타 들어가고 있다.
이제 아무데나 땅을 사두고 기다려 몇 배의 투자수익을 냈다는 얘기는 무용담처럼 흘려버려야 한다. 기존 부자들 대부분은 땅에 투자해 큰 돈을 벌 수 있었지만, 무조건 부자가 될 수 있었던 건 아니다. 언뜻 보기에는 부자들이 아무 지역의 땅이나 마구 사들이는 것처럼 보이지만, ‘묻지마 투자’를 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고 봐야 한다.
그들이 부자가 될 수 있었던 것은 한 평의 땅을 사더라도 잘 고르고, 분석하고, 따져보고 투자를 했기 때문이다. 우리는 부자들의 결과만 볼 것이 아니라, 그 과정과 노력을 함께 배워야 한다.
고준석 신한은행 부동산재테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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