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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妙手의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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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妙手의 정치

입력
2005.10.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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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에서 세 번 묘수를 두면 진다는 말이 있다. 묘수는 그만큼 국면이 어렵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한 두 번의 묘수는 어려운 국면을 극적으로 타개하지만 세 번이나 묘수를 써야 한다면, 그 때는 이미 대세가 기운 것이다.

바둑으로 치면 노무현 대통령은 이미 두 번의 묘수를 썼다고 볼 수 있다. 첫 묘수는 대선 승리 그 자체였다. 모두가 진다고 생각할 때 그는 기적적으로 이겼다.

정몽준 후보와의 후보 단일화는 상상하기 힘든 착점이었고 이후 정 후보의 지지철회, 보수언론의 노 후보 패배 기정사실화 보도, 반(反)이회창 표의 대결집으로 이어진 반전은 소설을 써도 그렇게 드라마틱할 수 없었다.

두 번째 묘수는 야당의 탄핵 발의에 굴복하지 않고 정면으로 맞부딪친 것이었다. 대통령직과 사소한 선거개입 시비를 동일선상에서 다룬 야당의 무모함은 4ㆍ13 총선에서 49석의 열린우리당이 152석을 얻도록 해주었다.

노 대통령은 이 두 번째 묘수를 마지막 묘수로 삼았어야 했다. 그러나 단번에 판을 뒤엎을 수 있는 묘수의 매력은 그를 가만두지 않았다. 지지도가 추락하자, 대연정이라는 희한한 카드를 꺼냈다.

그를 지지한, 엄밀하게 말하면 한나라당을 지지할 수 없었던 수많은 사람들은 한나라당에 권력을 내주겠다는 노 대통령의 얘기에 황당함과 처참함을 느껴야 했다. 아무도 동의하지 않는 그 제안은 한 순간에 쓰레기통으로 갈 수밖에 없었다.

왜 국민은 노 대통령의 세 번째 묘수에 고개를 돌렸을까. 간단하다. 노 대통령과 집권세력이 입만 열면 얘기하는 진정성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를 싫어하는 사람들은 “이제는 더 이상 속지 않는다”고 말한다. 나라를 잘 이끌 생각은 하지 않고 전혀 이해되지 않는 복잡한 궤변을 내놓느냐는 항변이다.

문제는 노 대통령이 네 번째 묘수를 생각하는 조짐이 있다는 것이다. 노 대통령은 내년 초 2월25일 이전에 지난 2년의 평가와 남은 2년의 국정계획, 자신의 진로에 대해 밝히겠다고 했다.

이 무슨 뚱딴지 같은 얘기인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 연두회견에 하겠다는 것인지, 취임 3주년에 무엇을 밝히겠다는 것인지, 아니면 별도로 대국민 발표를 하겠다는 것인지 명확하지 않지만 이 언급은 전혀 할 필요가 없었다.

4ㆍ30 재보선의 23대0 참패에 이어 10ㆍ26 재선거의 4대0 패배를 당했으면, 그 의미를 되새겨 겸허하게 국정에 매진하면 될 일이다. 선거에서 나타난 민심은 난해한 묘수는 그만 내놓고 차근차근 나라 살림을 다지라는 것이다. 내년 초에 날을 잡아서 뭔가를 내놓겠다는 것은 민심과는 전혀 맞지 않는다.

지금은 노 대통령이 입을 다물 때지 나서야 할 때가 아니다. 선거도 지고, 여당 지도부마저 사퇴한 상황이 섭섭하고 답답할 것이다. 과거 두 번의 묘수처럼 극적인 반전을 이루고 싶을지 모른다. 그러나 그 때와 지금은 완전히 다르다. 그 때 상대는 이회창 후보였고 한나라당이었지만 지금 상대는 국민이다. 국민을 이길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제 바둑으로 말하면 기풍을 바꿀 때가 됐다. 필살의 한 수로 대마를 잡아서 불계승을 하는 짜릿함을 접자. 대신 프로기사 이창호의 한창 때처럼 한 집, 한 집을 꼼꼼히 따지는 건실한 바둑을 두도록 하자. 너무 큰 욕심을 내지 말고 양극화 해결이나 부동산 안정 등 우리사회의 절실한 과제 한, 두개를 해결하는데 온 정성을 다하도록 하자.

이영성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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