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준영(사진) 경찰청장이 경찰관 채용 시 신체조건을 제한하는 것은 인권침해이기 때문에 개선하라는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안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허 청장은 31일 오전 기자간담회에서 “경찰관 채용 때 신체조건 제한을 폐지하는 방안을 포함해 새로운 채용안을 다방면으로 검토 중”이라고 전제한 뒤 “하지만 인권을 쉽게 말해서는 안 된다. 머리 나쁜 사람은 백날 (공부)해도 안 된다. 눈에 보이는 키를 제한하는 것을 인권침해라고 한다면 (필기시험 등으로) 눈에 보이지 않는 머리를 제한하는 것은 뭐냐. 신체조건 제한을 안 둔다고 해놓고 내부적으로 걸려내는 것이 오히려 국민을 기만하는 행위”라고 포문을 열었다.
허 청장은 ‘신체조건은 천부적이지만 필기시험은 노력하면 되는 것이 아니냐’는 기자들의 반론에 대해 “머리도 천부적이다. (수술한다고 키가 커지는 것이 아니듯이) 뇌수술 한다고 머리 좋아지는 것도 아니다”라고 못을 박았다. 허 청장은 선진국에서는 신체제한이 없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외국은 경찰이 국민적 존경을 받고 수사권도 있기 때문에 ‘키 크고 머리 좋은’ 인재들이 많이 몰려온다”며 “선진국의 사례를 한국실정에 그대로 적용하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허 청장은 "인권이라는 것이 경찰관이 일을 잘 해야 보호되는 것인데 외근 경찰관은 범인을 제압하는 완력이 어느 정도 필요하다"며 “다만 체격이 왜소하더라도 무술능력이 탁월해 신체적 핸디캡을 극복할 수 있을 정도라면 전향적으로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허 청장은 또 체력검정을 강화하는 방안에 대해 “체력검정은 자기 한 몸 간수할 정도의 건강상태를 보는 것이지 범인을 제압하는 것은 다른 문제”라고 되받아 쳤다.
인권위는 4월 경찰관 채용 시 남자 키 167㎝ㆍ몸무게 57㎏ 이상, 여자 키 157㎝, 몸무게 47㎏ 이상으로 응시자격을 제한하는 것은 차별행위라며 경찰청장에게 개선을 권고했다.
안형영 기자 prometheus@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