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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촌지 추방 의식개혁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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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촌지 추방 의식개혁을

입력
2005.10.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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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지(寸志)의 원래 뜻은 ‘작은 뜻’이라는 의미로 나무랄 데 없이 아름다운 단어다. 사람들 간에 이런 애틋한 정마저 없다면 세상은 오히려 삭막한 곳이 될 것이다.

과거 우리에게는 아름다운 촌지 문화가 있었다. 옥수수를 삶아 선생님의 노고에 감사했고, 선생님들은 다시 학생들에게 나눠주었던 아름다웠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이 단어가 교직 사회에서 부정인 의미로 각인된 현실이 안타깝기만 하다.

한때는 선생님들이 서로 담임을 맡고 싶어 하는 경쟁 풍조가 있었다. 특히 고등학교3학년 담임은 치열한 경합을 벌일 정도였다. 고생한 만큼 보람도 있고, 인사상의 혜택도 있었겠지만 촌지도 적지 않은 이유를 차지했다고 보는 사람이 많다.

지금은 과거와는 달리 담임 기피 경쟁을 한다. 이유는 예전에 비해 생기는 것은 별로 없고 힘만 들기 때문이다. 물론 이 같은 이야기가 침소봉대된 면이 없지 않지만 분명 교직 사회 주변에서 흔히 들을 수 있었고, 여전히 들리는 이야기임에는 틀림없다.

촌지 문제는 많이 자정이 되기는 하였지만 아직도 완전히 사라지지 않고 있다. 이러한 사실은 올해 교직 단체들이 발표한 촌지 관련 조사에서도 잘 나타나고 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지난 4월 전국 초ㆍ중ㆍ고교 교장, 교감, 교사 5,42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27%의 교원이 학부모 등으로부터 대가성 청탁을 받은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독교 교사 모임인 ‘좋은교사운동’이 올 5월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대상자 285명 중 46%에 해당하는 135명의 교사가 촌지 등 부정적 관행이 상당 부분 남아 있거나, 학교 문화 곳곳에 배어 있다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학교별로는 인문계 고교 교사 61%와 초등학교 교사 50%, 중학교 교사 29%가 아직도 촌지가 관행적으로 남아 있거나 그 관행이 과거에 비해 개선되지 않았다고 답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촌지에 대해 어떻게 대응하는가를 묻는 질문에 35%가 “관행화된 부분을 거부하지 못한다”고 응답했으며, “주위 동료들은 어떻게 대응하느냐”는 물음에는 “구조적인 문제라 무감각하다”는 응답이 무려 66%나 돼 교사 대다수가 불법 촌지 관행을 묵인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점이다.

이 같은 조사 결과는 아직도 교육계가 촌지 관행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물론 촌지 문제는 교사만의 문제는 아니다. 손바닥도 마주쳐야 소리가 나듯, 학부모 역시 책임을 면하기는 어렵다. 왜냐하면 교사는 교사대로 학부모는 학부모대로 양자 간의 묵계가 잘 맞아 떨어진 결과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촌지 문제는 교사의 문제이자 동시에 학부모들의 문제이며 양자 모두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첫째, 학부모들은 촌지가 ‘사회악’이라는 의식을 가져야 한다. 촌지를 건네는 행위가 교사와 학부모 모두에게 득이 되지 못한다는 사실, 나아가 촌지 관행이 더 이상 과거처럼 작은 정성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는 현실을 깨닫고 과거의 온정적인 생각을 버려야 할 것이다.

둘째, 교사들은 촌지에 대해 더욱 단호한 입장을 가져야 한다. 과거 일부 학부모들이 건넸던 거액의 촌지는 좋은 말로 촌지일 뿐 뇌물과 다름 없었다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 교직 사회를 불신하게 만든 가장 큰 주범 중 하나가 촌지였음을 절대 잊지 말아야 한다.

한병선 교육평론가ㆍ문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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