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총무원장에 당선된 지관 스님은 선거 직후 기자회견을 갖고 향후 종단 운영 방향 등에 대한 계획을 밝혔다.
스님은 “중앙종회와 25개 교구로부터 고른 지지를 받음으로써 화합을 바탕으로 종단의 안정과 한국 불교의 도약을 꾀할 수 있는 중요한 계기가 마련됐다”며 “종도들의 이 같은 뜻을 수렴해 종단 화합의 분명한 기틀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스님은 특히 “선거 과정에서 경쟁을 펼쳤던 스님 혹은 반대파에 대해서는 간곡히 간청하고 이해를 구해 잡음 없이 조계종을 운영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지관 스님은 최근 입적한 전임 총무원장 법장 스님에 대해서는 특별히 추모의 뜻을 나타낸 뒤 그의 유지를 계승하고 그가 펼쳤던 모든 사업도 이어받겠다고 약속했다.
법장 스님이 큰 비중을 두었던 생명나눔실천운동과 관련, “아직 장기 혹은 시신 기증 등에 대해서는 서약을 하지 않았다”고 털어놓은 뒤 “여러 보시 가운데 가장 어려운 것이 육신 보시 즉 생명 나누기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법장 스님을 이어받아 나도 장기 기증을 약속하겠으며 다른 불도에게도 동참을 권하겠다”고 말했다.
스님은 수행 종풍을 진작하고 내면적 성찰에 힘쓰겠다고도 약속했다. 이와 관련, 스님은 최근 조계종이 절을 새로 짓거나 확충하는 등 외형적 사업을 활발하게 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이 같은 외형적 사업과 불사를 줄이고 수행 체계를 정립하고 선사상 연구원을 설립하며 불교 문화재의 아름다움을 국내외에 알리고 한국의 전통적 아름다움을 널리 소개하는 등의 사업에 치중하겠다고 말했다.
스님이 총무원장에 당선됨으로써 가산불교문화연구원의 필생의 사업인 불교대사전 편찬에 차질이 빚어지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는 “사전 편찬도 중요하지만 총무원장이라는 자리는 조계종 나아가 여러 불교 종단을 아우르는 매우 중요한 자리이다"
박광희 기자 khpark@hk.co.kr
■ 지관 스님은 누구?
9월11일 입적한 법장(法長) 스님의 뒤를 이어 제32대 대한불교 조계종 총무원장으로 선출된 지관(智冠.73) 스님은 종단의 대표적 학승(學僧)으로 꼽힌다.
1947년 해인사에서 당대 최고 율사(律師)였던 자운 스님을 은사로 출가한 스님은 63년 경남대를 거쳐 76년 동국대 대학원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이후 조계종 중앙종회의원(2선)과 부의장, 동국학원 이사와 감사, 문화공보부 문화재위원, 동국대 총장(1986~91) 등을 역임했다. 총장에서 물러난 뒤에는 한국불교학 연구를 통한 한국불교 중흥을 위해 사재를 털어 '가산불교문화연구원'을 개원했다.
가산불교문화연구원은 한국불교의 숙원인 독자적인 불교사전 편찬에 착수, 지금까지 7권의 ‘가산불교대사림(伽山佛敎大辭林.총 15권 예정)’을 발간했다. 현재 가산불교문화연구원 이사장 이외에 조계종 원로의원, 동국학원 이사, 동국대 명예교수 등을 맡고 있는 스님은 이밖에도 역대 한국 고승들의 행적을 밝힌 '역대고승비문총서', 한국불교학연구자 100인의 연구성과를 집대성한 '한국불교문화사상사'를 출간했다.
이 같은 공로로 문화관광부 은관문화훈장(2001년), 조계종 포교대상(2001년), 만해대상 학술부분상(2005년) 등을 받았다. 스님은 일상 생활에서도 현재 조실로 있는 서울 성북구 경국사에서 승용차도 없이 대중교통이나 도보로 총문원에 출퇴근하는 모범을 보여왔다.
이번 총무원장 선거에는 당초 7명이 나섰으나 중도에 두 명이 후보를 사퇴했다. 선거는 막판까지 종단의 범여권과 범야권을 각각 대표하는 지관과 정련(63.부산 내원정사 주지)가 치열하게 경합하는 양상으로 진행됐으나 끝까지 큰 문제가 불거짐이 없이 무난하게 치러졌다.
지관 스님은 이제 스님 1만3,000여 명, 신도 1,000만 명, 사찰 3,000여 개를 포괄하는 한국 불교 최대 종단을 4년 동안 이끌어가게 된다. 한해 집행예산만 약 300억원에 달하는 조계종 총무원장은 외부적으로 종단을 대표하면서 총무원 임직원과 각 사찰의 주지 임면, 종단과 사찰재산 감독, 중요사찰의 예산승인과 조정 등 종무행정을 총관할한다. 조계종 총무원장은 또 불교 주요 종단의 모임인 한국불교종단협의회 당연직 회장을 맡으며, 한국 7개 종교 지도자들의 모임인 한국종교지도자협의회의 공동대표도 맡는다.
박광희 기자 kh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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