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한국일보의 여론조사에서 드러난 민심의 향배는 너무도 분명하다. 노무현 대통령의 국정운영 방향에 대해 국민의 84%가 “민생 경제에 전념해 달라”고 주문했다. 또 10ㆍ26 재선거에서 열린우리당이 완패한 이유에 대해 응답자의 45%가 ‘여당의 잘못’, 38%가 ‘대통령의 잘못’이라고 답해 집권층의 잘못이라는 응답이 73%를 넘는 것으로 드러났다.
조사의 여러 항목 중 이 두 가지 항목의 조사결과야말로 노 대통령과 여당의 문제가 무엇인지를 명쾌하게 말해준다. 대통령의 국정 의제가 빗나갔고, 국민 대다수가 이를 지지하지 않았으며, 그 결과 두 차례의 재ㆍ보선에서 여당이 영패(零敗)할 수 밖에 없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렇다면 국민에 의해 선출된 대통령으로서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고 생각한다. 국민을 초월해 존재하는 대통령은 민주국가에서 있을 수 없다는 간단한 이유만으로도 그렇다. 대통령은 민심에 부응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거 후 노 대통령이 피력한 정국 및 현실 인식은 이와는 크게 거리가 있는 것 같아 탄식을 자아낸다. 선거 패배 직후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한 심판”이라고 국정실패를 자인했던 노 대통령은 당 인사들과 언론을 잇달아 만난 자리에서 “당이 정치의 중심”이라고 비껴가고 “내년 초 내 진로에 대해 밝히겠다”고 뜬금 없는 답을 내놓았다.
노 대통령은 국정혼선을 질타하는 국민과 여론, 심지어 여당 내의 아우성에 대해서도 “잘된 일이라 할 수 없지만 흔히 있던 일”이라고 규정했다. 일련의 회동에서 노 대통령은 국정실패의 원인을 스스로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가를 먼저 밝혔어야 했지만 결과는 딴판이다.
노 대통령은 자신의 문제가 무엇인지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니 노 대통령의 시국해결 방안이 판을 흔드는 비정상적인 쪽으로 가는 것 아닌가 하는 의심이 팽배한다. 문제를 모르고 처방이 나올 수 없다. 핵심을 모르는 대통령을 언제까지 걱정해 주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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