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VP보다는 우승반지를 끼고 싶다.”
지난 3월 프로야구 시즌 개막에 앞서 열린 미디어데이에서 롯데의 손민한은 “팀 우승이 목표”라고 밝힌 적이 있다. 4년 연속 꼴찌 롯데가 하루아침에 우승팀이 된다는 게 가당찮은 일이기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저 의례적인 수사정도로 여겼었다. 초반 돌풍에도 불구하고 5위에 그쳤지만 전반기만 해도 롯데의 우승목표는 현실감 있게 다가왔고 거기에는 손민한이라는 든든한 버팀목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런 그가 MVP를 수상한 자리에서 “개인트로피와 우승반지를 바꿀 수 있다면 바꾸고 싶은 마음뿐”이라고 말했다. 에이스다운 소감이 아닐 수 없다.
손민한은 프로야구에 몇 안 되는 ‘스토퍼(반드시 이겨주리라 믿을만한 선발투수)’로 꼽힌다. 뛰어난 강속구를 가진 것도 아닌 그가 약체 롯데의 에이스로 시즌 18승(7패), 방어율 2.46으로 2관왕에 오른 데는 탁월한 위기관리능력에 힘입은 바 크다. 특히 라이벌인 배영수마저 손민한의 경기운영능력을 배우고 싶다고 말할 만큼 위기관리능력은 프로 최고다.
그는 “위기관리능력이 좋다는 것은 주자를 많이 내보낸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비결을 들자면 위급한 상황에서 안 맞으려 하기 보다 초구 또는 2구째부터 공격적으로 승부한 게 오히려 좋은 결과를 가져왔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팀이 4강에 들지 못해 내자신이 부끄럽고 동료들에게 미안하다”는 손민한은 “내년에는 우승반지를 껴보고 싶다”며 의지를 다졌다. 아마시절의 혹사로 1997년 입단과 동시에 3년간의 긴 재활과 슬럼프를 거쳐 롯데의 에이스로 거듭나는 독한 의지를 보였던 손민한이 내년 시즌 우승에 대한 허기를 채울 수 있을 지 주목된다.
정진황 기자 jhchung@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