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 구조개혁의 선봉에 서서 ‘철인(鐵人) 마징가’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 김창근(55) SK케미칼 부회장이 오랜만에 세상 밖으로 얼굴을 내밀었다.
SK그룹의 마지막 구조조정본부장을 거쳐 SK㈜ 사장을 지내다 2003년초 SK 사태로 구속됐다 보석으로 석방된 뒤 일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그가 최근 기자들을 만나 그동안의 소회를 밝혔다. 지난해초 소버린자사운용 등 외국인 주주들의 지배구조개선 요구로 SK㈜ 사장에서 물러났다가 올 3월 SK케미칼 대표이사 부회장으로 복귀한지 7개월만이다.
김 부회장은 “때로는 잊어버리고 싶은, 참으로 험난한 10년 세월이 흘렀다”며 “이젠 어려움을 딛고 건강하게 커가는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대화 도중 고 최종현 SK그룹 회장에 대한 진한 애정을 빼놓지 않았다.
김 부회장은 “전경련 회장을 지내셨던 고 최종현 회장은 1997년 6월 폐암으로 투병중인데도 제게 산소호흡기를 들리운 채 청와대로 달려가 대통령에게 경제비상시국선언을 요청했을 만큼 가장 먼저 외환위기를 예측했다”며 “미래를 감지하고 변해야 산다”고 말했다.
그는 “SK케미칼은 외환위기 이전인 96년 직원을 3,650명에서 1,250명으로 크게 줄였다. 큰 아픔을 겪었지만 단 한번도 직원들이 붉은 띠(파업)를 머리에 두르지 않았다”고 말할 때는 목이 메기도 했다.
태권도 등 격투기에 능하고 하루 3시간 이상 잠을 자지 않는다는 김 부회장은 글로벌 경영에 대한 비유도 남달랐다. “개개인의 싸움에서는 주먹의 세기와 빠르기로 집중적인 공략이 필요하지만 세계 경영에는 긴 안목과 넓은 시야가 있어야 이길 수 있다”고 말했다. 김 부회장은 정밀화학과 생명과학을 양 축으로 삼아 SK케미칼의 해외진출을 적극 추진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현재 150억원에 불과한 중국 현지 매출을 2010년까지 2,700억원까지 끌어올린다는 방침이다. 김 부회장은 “앞으로 시장의 신뢰를 쌓으며 앞으로 나아가겠다”며 “따뜻한 시각으로 SK그룹을 지켜봐 달라”고 말했다.
황양준 기자 naige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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