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은 지난 주말 미국과 농산물수출국의 압력에 굴복, 개발도상국가도 해외에서 수입하는 농산물에 대해 관세를 150% 넘게 매기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150% 관세상한제)의 도하개발어젠다(DDA) 농업부문 협상수정안을 제시했다.
이에 따라 12월 홍콩에서 제6차 세계무역기구(WTO) 각료회의를 앞두고 있는 DDA 농업협상이 우리나라에 불리한 방향으로 급물살을 타고 있다.
30일 농림부에 따르면 미국, 호주와 인도ㆍ브라질 등 농산물수출국(G20) 등으로부터 집요한 양보 요구를 받아왔던 EU가 28일 이들의 요구를 대폭 수용한 수정 협상안을 발표했다. EU는 수정안에서 개도국에 대한 관세상한을 반대해온 기존 입장을 철회, 개도국도 농산물에 대한 관세를 150%를 초과해 매기지 못하도록 했다.
우리 정부는 미국과 함께 DDA 협상의 양대 축인 EU가 개도국에 대한 관세상한 적용을 끝까지 반대해 주기를 희망해왔다. ‘한국은 개도국이 아니다’라고 주장하고 있는 일부 국가들과 개별 양자협상을 벌여 부분적인 양보를 하더라도, 관세상한이 배제되는 개도국 지위를 얻어내기만 하면 농산물시장의 전면 개방을 막을 수 있다는 생각이었다.
그러나 EU의 수정 제의로 관세율이 100%가 넘는 고관세 품목이 142개에 달하는 우리나라로서는 전면적 시장 개방 가능성이 그만큼 높아진 셈이다.
농림부 관계자는 “EU가 협상의 주도권 회복을 노려, 농업분야에서 대폭 양보하는 대신 비농산물, 서비스 협상에서 실리를 챙기는 방향으로 전략을 바꿨다”고 말했다. 그는 또 “EU는 관세를 가장 많이 인하해야 하는 품목군인 최상위 구간의 관세 감축률도 기존 50%에서 60%로 늘려 잡았다”며 “이 경우 우리나라의 농산물 전체 평균 감축률은 30~35%에 달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더 심각한 것은 농업부문에 대한 EU의 수정 제의에 대해 미국, G20 등이 기대수준에 미치지 못한다며 추가 양보를 요구하고 있다는 점이다. 농림부는 “홍콩 각료회의에서 성과를 내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에 미국, EU, G20 등이 중간 수준에서 타협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혀, EU가 추가 양보를 할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조철환 기자 chcho@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