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원된 청계천의 물줄기가 시작되는 서울 종로구 광교 부근 노른자위 자리에 위치한 5층짜리 상가 건물은 청계천 복원의 최대 수혜자다.
건축한 지 15년 된 이 상가는 대지 80평 크기로, 청계천 복원 전에는 땅값이 평당 5,000만원 수준이었지만 청계천 복원후 평당 1억원을 호가하면서 40억~45억원 수준이던 건물 시세가 80억원대로 껑충 뛰었기 때문이다. 월세도 10~20% 이상 올라 월 상가 임대료 수입만도 종전 4,500만원에서 5,500만원선으로 늘어났다.
청계천 복원후 평일, 주말 가릴 것 없이 인파가 몰려들면서 이 건물 세든 대형 호프집과 식당 등도 매출이 50% 이상 증가하고 상가 권리금도 점포별로 20~50% 가량 상승해 임차인들도 희색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8ㆍ31 부동산 종합대책 이후 부동산 시장은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지만 청계1ㆍ2가 청계천 주변 상가들은 예외다. 청계천 복원 이후 부동산 가치가 최고 2배 이상 치솟고 임대료도 최고 20% 이상 상승하는 등 강세를 보이고 있다.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A급 상권에 있는 상가의 땅값은 청계천 복원전 평당 5,000만~6,000만원선이었으나 요즘은 최소 평당 7,000만~8,000만원, 최대 1억원을 호가하고 있다. 상가 매출도 평균 30~50% 가량 늘어나면서 보증금과 권리금도 각각 20%, 30~50% 올랐다.
광교 인근에서 대형 호프집을 운영하는 장모(32)씨는 “현재 보증금 3억5,000만원, 월 임대료 2,000만원에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데, 주변 상가들이 잇따라 임대료를 인상하고 있어 월세 인상이 불가피해 보인다”며 “하지만 청계천 복원 후 매출이 40~50% 늘어났고, 상권 활성화로 권리금도 크게 뛴 상태라 큰 부담은 없다”고 말했다.
신현대공인 조중현 사장은 “무교동 청계광장 주변 20평짜리 점포의 경우 청계천 복원전 평균 2억원 안팎이던 상가 권리금이 지금은 3억원을 넘어섰다”며 “경기가 회복되면 권리금은 더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전자ㆍ기계 부품점과 공구점들이 몰려있는 청계3~5가 일대는 오히려 찬바람이 불고 있다. 일부 식당과 소매점만 매출이 다소 늘었을 뿐, 기계부품점과 공구점들은 불법 주차 단속 강화에 따른 상가 접근성 저하 등의 여파로 매출이 30% 이상 감소했다. 땅값은 올랐지만 불황과 판매 부진으로 임대료는 하락세다.
올해 초 평당 평균 5,000만원 안팎이던 상가는 현재 평당 6,000만~8,000만원을 호가하고 있다. 그러나 월 임대료는 5평짜리 점포를 기준으로 상반기 170만~180만원하던 것이 최근 20~30% 가량 하락한 150만원 안팎에 시세가 형성돼 있다.
청계3가 신세계공인 관계자는 “불황에다 이 일대 기계상, 공구상들의 매출이 청계천 복원 후 급감하면서 상당수 상가 임대료가 10~30% 가량 하락했다”며 “상권 침체로 최근 시세(40억원)보다 5억원이나 싸게 상가 매물이 나왔지만 임대료 하락 추세 때문에 매수 문의조차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청계4가에서 13년째 기계부품상을 해온 최모(49)씨는 “청계천 복원 여파로 매출 감소는 예상했지만 체감하는 타격은 IMF 위기 때 만큼이나 극심하다”며 “내년초 임대차 계약이 끝나면 상가 주인에게 임대료 인하를 부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전태훤 기자 besa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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