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加 멀로니前총리 예들어 "黨망쳤지만 나라 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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加 멀로니前총리 예들어 "黨망쳤지만 나라 구했다"

입력
2005.10.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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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盧대통령, 출입기자들과 산행] "지난 풍파 생각하면 요즘일은 사소"

노무현 대통령은 30일 청와대 뒤 북악산에 청와대 출입기자 60명과 함께 올랐다. 노 대통령과 출입기자단의 산행은 탄핵 정국이 진행되던 지난해 4월, 북핵 사태 악화와 독도 문제가 터졌던 금년 3월에 이어 세 번째다. 고민이 깊은 어려운 국면 때 산행을 했다.

노 대통령은 산행 후 인근 식당에서 기자들과 함께 삼계탕으로 점심을 하면서 캐나다 진보보수당을 169석에서 2석으로 추락하게 만든 멀로니 전 총리를 거론했다.

노 대통령은 “캐나다 진보보수당이 91년 부가세를 도입한 후 1993년 총선에서 2석만 얻었다”면서 “다른 요인도 있었지만 부가세 도입이 민심을 잃게 한 주된 요인이었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다음에 집권한 자유당 정부에 와서 재정 흑자가 이뤄졌다”면서 “멀로니 전 총리는 당을 몰락시켰지만 캐나다 재정과 경제를 구했다”고 멀로니를 극찬했다. 노 대통령은 이어 개혁을 추진하다 좌절한 독일과 프랑스 지도자들의 고뇌를 얘기했다.

여론을 등지고 국가적 정책을 밀어붙이다가 정치적으로 실패한 외국 지도자들을 자신과 동일시한 것이다. 이는 뭔가 정책적 결단을 준비하고 있다는 느낌도 줬다. 노 대통령도 “내년 1월부터 취임 3주년인 2월25일 사이에 지난 임기 평가와 한국 미래의 과제, 나의 진로 등을 정리해 국민들에게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뭔가 큰 구상이 진행되고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현안인 우리당 지도부 사퇴에 대해서는 “전화위복의 계기가 되도록 노력해달라”고 당부한 뒤 “당 문제에 대해서는 대통령은 그 이상 개입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경제문제도 언급했다. 노 대통령은 “한국 경제는 이제 파란 불이 되지만 민생은 여전히 빨간 불”이라면서도 “무리한 처방을 한 경제정책은 반드시 주름을 만들게 된다”고 말했다. 경기부양 조치는 취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노 대통령은 또 DJ정부 시절의 국정원 도청 사건을 염두에 둔 듯 “시효가 지나면 죽을 죄를 저질러도 탈이 없고 더 개선한 사람은 시효가 남아 있으면 끌려가서 수모를 겪어야 하는 현상을 보면서 시효라는 게 이렇게 부당한 것인 줄 몰랐다”며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노 대통령은 김영삼 전 대통령의 총선 자금 지원 문제도 겨냥, “더 걷어서 감춰놓지 않고 선뜻 내놓은 것을 보면 당시로서는 통 크고 멋진 사람이지만 지금 시점에 보니까 깜짝 놀랄 일”이라며 “1,000억원이라고 하니까 심장이 멎을 것 같더라”고 꼬집었다.

노 대통령은 이날 산에 오르면서 농담도 자주 하고 웃음도 지어 보였으나 표정에는 어두운 그림자가 깔려 있었다. 노 대통령은 등산로 입구에서 기자들이 박수로 맞이하자 “격려 박수냐”고 뼈있는 농담을 했다. “어제 잘 주무셨느냐”는 질문에는 “그 동안 정치하면서 겪어온 풍파를 돌이켜보면 요즘 일은 아무 것도 아니다”고 받아넘겼다. 흔들리지 않으려고 스스로를 다지며 돌파구를 찾으려고 고심하는 모습이 산행 속의 농담과 오찬에서의 언급에 잘 나타나고 있었다.

김광덕 기자 kd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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