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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명수 칼럼] 갈 길 험한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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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명수 칼럼] 갈 길 험한 대통령

입력
2005.10.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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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이 사면초가(四面楚歌)의 어려움에 빠졌다. 국민의 지지율은 20%선으로 내려가고, 여당에서까지 대통령 성토가 쏟아져나오고 있다. 어디를 봐도 원군은 없고, 단기간에 사태가 나아질 전망도 보이지 않는다.

열린우리당은 10월 26일 4곳에서 치른 국회의원 재선거에서 전패했다. 4ㆍ30 재보선에 이은 두 번째 전패다. 여당의 전패에 놀라는 사람도 없다. 이번 선거의 투표율은 40.4%로 4ㆍ30 재보선 때보다 6.8% 포인트가 높아졌는데, 극심한 정치 혐오 속에서 투표율이 올라간 것은 ‘여당 후보를 떨어뜨리기위해’ 투표장에 나간 사람이 많았기 때문이라고 봐야 한다.

금년 들어 27곳에서 치른 각급 재보선에서 여당은 한 곳도 이기지 못했다. 작년 4ㆍ15총선에서 과반수인 152석을 얻었던 여당의 의석은 144석으로 줄었다. 한나라당은 의석을 6석이나 늘려 127석이 됐는데, 선거에서 이겼다기보다는 여당의 실패에서 반사이익을 챙긴 결과다.

이제 선거는 여당에게 공포의 대상이다. 내년 5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할 가능성이 높다는 공포가 여당을 공황상태로 몰아가고 있다. 28일 의원회의에서 대통령을 향해 쏟아져 나온 강도 높은 비난은 당이 난파선처럼 흔들리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여당이 참패한다면 노 대통령의 처지는 더욱 어려워질 것이다. 지지율은 더 떨어지고, 여당 안에서도 하야하라는 소리가 나올 것이다. 레임덕은 걷잡을 수 없이 진행되고, 대선 후보들은 앞 다투어 노 대통령을 비판함으로써 자신을 차별화할 것이다.

노 대통령은 어떤 선택을 할까. 중도하차를 생각해 볼 수 있겠지만 그것은 바른 길이 아니다. 대통령은 국민이 삼고초려해서 모신 것이 아니고, 자신이 입후보하고 지지를 호소하여 당선된 사람이다. 대통령 자신이 물러나겠다는 막말을 하고, 여기저기서 하야하라는 말이 나오는 것은 선거에 참여한 국민과 선거제도를 능멸하는 짓이다.

노 대통령은 “선거에 참패한 것은 다 내 잘못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선 무엇이 잘못이었는지 잘 생각해봐야 한다. 그가 만일 국민의 지지를 되찾기 위해 ‘획기적인 발상’을 하고 다시 실패한다면 그 자신은 물론 국가를 위해서도 불행한 일이다.

노 대통령의 가장 큰 단점은 독선과 아집이다. 그는 충분히 검토되지 않고 정리되지 않은 정치적 야망을 독선과 아집으로 밀고 가려 했고, 그 과정에서 번번이 혼란과 국력 낭비를 불렀다. 때로는 아마추어처럼 순진하고 즉흥적이었으며 그로 인해 신뢰가 땅에 떨어졌다.

그가 집착해 온 지방화와 분권화, 과거사 정리, 지역구도 타파 등은 중요하고 필요한 과제들이다. 임기 중에 반드시 이런 과제들을 성공시키겠다는 그의 꿈을 이해할 수도 있다. 문제는 그 꿈을 추진하는 방법이 너무 독선적이고, 돌발적이고, 대화와 타협을 무시한다는 데 있다.

대통령은 큰 꿈에 사로잡혀 민생을 소홀히 했다. 여당의 한 의원은 “국민은 고통을 느끼는데 청와대가 개혁에만 매달려 온 것은 배고프다는 사람에게 풍악을 울려준 꼴”이라고 비판했는데, 적절한 비유다. 깃발과 풍악을 줄이고 민생을 챙겨야 한다.

2002년 대통령 선거의 의미를 잊지 말아야 한다. 노무현 후보는 체제 밖의 인물이었다. 그는 체제와 맞서 싸운 경력이 있고, 대학 교육을 받지 않았고, 오래 옥살이를 한 공산주의자를 장인으로 둔 인물이었다. 그를 대통령으로 뽑은 것은 변화를 갈망하던 한국인들의 엄청난 실험이었다.

대통령은 그 실험을 실패로 끝나게 할 생각인가. 악조건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지지했던 유권자들을 조롱 받게 할 셈인가. 대통령은 즉시 내각과 청와대를 개편하고 국정을 쇄신해야 한다. 자신의 임기가 2년이나 남아 있다는 것을 감사해야 한다. 레임덕을 개의치 말고 겸손하게 열심히 일한다면 2년은 실패를 만회하기에 충분한 시간이다.

본사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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