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리크 게이트/ 美언론도 '객관성의 위기'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리크 게이트/ 美언론도 '객관성의 위기'

입력
2005.10.30 00:00
0 0

리크게이트를 계기로 미국 언론인들이 정치 게임의 한 가운데에 빨려 들거나, 스스로 그 주역이 돼 버렸다는 지적들이 나오고 있다. 28일 기소된 리비 부통령 비서실장에 대한 재판은 핵심증인이 대부분 기자들로 채워지는 ‘기자들의 재판’이 될 가능성마저 있다. 사건의 발단 역시 이라크 전쟁을 정당화하려는 측과 이를 비판하려는 측이 서로 기자들을 이용해 익명의 정보를 흘리며 공방을 벌인 데서 비롯됐다.

이 같은 상황을 놓고 미 언론계에선 존재 근거인 객관성이 심각한 수준으로 훼손됐다는 자성론도 나온다. 고급정보에만 눈이 먼 나머지 정부 고위관리에 접근하고 의도 분석을 소홀히 해 스스로 선전도구로 전락했다는 것이다.

미국 언론계가 가장 당혹해 하는 것은 리비 비서실장에 대한 앞으로의 재판에 증인으로 법정에 서야 한다는 사실이다. 사건 자체가 취재원인 정부 관리와 기자들과의 접촉과정에서 불거졌기 때문에 처벌대상을 찾는 데 기자들의 증언은 필수 불가결하다. 언론 자유 및 취재원 보호 등의 가치를 내세워 법정 출두를 거부했던 과거의 명분이 이번 사건에서는 유효할 수 없는 이유이다.

뉴욕타임스와 워싱턴포스트 등은 “기자들이 지키고자 했던 취재원의 범법사실을 입증하기 위해 법정에 서야 하는 현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 지 혼란스럽다”며 “이 사건이 끝나면 언론은 전혀 새로운 땅을 밟게 될 것”이라고 참담한 심정을 피력했다.

리크게이트에 연루돼 패트릭 피츠제럴드 특별검사의 집중추적을 받는 기자는 NBC 뉴스의 팀 러서트, 시사주간 타임의 매튜 쿠퍼, 뉴욕타임스의 주디스 밀러 등 3명이다. 이중 가장 핵심인물은 러서트 기자이다. 리비 비서실장이 중앙정보국(CIA) 비밀요원 발레리 플레임의 신원을 들었다고 진술한 최초의 출처가 러서트 기자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러서트 기자는 대배심 증언에서 “리비에게 플레임의 신분에 대해 말한 적이 없다”며 리비의 대배심 증언 내용은 “눈이 튀어나올 얘기”라며 부인했다. 결국 러서트의 증언이 받아들여져 리비가 위증으로 기소되는 상황을 맞았지만, 앞으로의 재판에서는 둘의 증언이 핵심 쟁점이 될 수 밖에 없다.

조지 W 부시 정권이 “신문을 보지 않는다”고 자랑하던(?) 것과는 달리 정보은닉과 조작, 선전전에 언론을 얼마나 치밀하게 이용하려 했는지도 이번 사건을 통해 여실히 드러났다. 백악관은 익명의 취재원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언론의 속성을 이용해 수많은 ‘가공된’ 정보를 익명 혹은 심지어 거짓 출처를 내세우면서까지 기자들에게 쏟아냈다. 리비 비서실장은 이런 언론 전략을 수립하는 총책이었다. 밀러 뉴욕타임스 기자에게 플레임의 신분을 흘리면서 “전 의회 보좌관에게서 들은 것으로 해달라”고 한 것이 그런 예다.

워싱턴포스트는 “언론을 정권의 선전전 저장소로 만든 뒤틀린 정보, 관리된 기자 행태는 또한 워싱턴 정치게임의 실체를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고 밝혔다.

황유석 기자 aquarius@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