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원 국민은행장과 하영구 한국씨티은행장이 11월1일로 취임 1년을 맞는다.
외국계 은행 출신이란 공통점 외에도 국내 최대의 시중은행(국민), 그리고 국내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세계 최대 금융그룹(씨티)의 선장이란 상징성 때문에 두 사람의 경영행보는 처음부터 초미의 관심사였다. 두 행장 모두 간단치 않은 1년을 보냈다는 평가다.
■ 강정원 국민은행장
전임 김정태 행장 체제가 남긴 가장 큰 숙제였던 내부통합을 연착륙시키고, 통합2기를 꾸리는 데 어느 정도 성공했다는 평가다. 취임 직후 ‘한지붕 세가족’ 상태였던 국민ㆍ주택ㆍ국민카드 노조 통합을 이끌어낸 데 이어, 2,000여명의 인력을 정리함으로써 비대한 조직을 가다듬었다. 또 은행원의 새 규범을 제시하는 국제적 최고관행(IBP) 도입에도 힘써 매년 최하위에 머물던 고객만족도를 상당히 개선했다.
실적도 좋아져 상반기까지 당기순이익은 9,099억원을 기록, 전년 동기 대비 277% 증가했다. 하지만 지난 26일 현재 총 수신은 136조5,296억원으로 지난해 11월초(138조5,630억원)보다 오히려 후퇴함으로써 외형 성장에선 재미를 못봤다. 현 은행경쟁 구도에서 내실다지기도 중요하지만, 규모의 싸움도 무시할 수는 없다.
강 행장의 능력은 지금부터 진짜 시험대에 올랐다. 하나은행의 지주회사전환, 신한ㆍ조흥은행의 합병완료 등이 예정된 가운데 외환은행과 LG카드 인수전을 통해 은행권에 또 한번의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인수합병의 급물살에 다소 소극적이란 평가를 받는 행장이 어떤 경영전략으로 국내 최대은행의 위상을 지켜낼 수 있는지 주목된다.
■ 하영구 한국씨티은행장
1년 내내 합병(한미+씨티) 후유증에 시달려야 했다. 합병은행으로서 내부 불협화음과 노사갈등은 어느 정도 예상됐던 것이지만, 진통은 의외로 훨씬 컸다.
지난해 통합 이전 이미 은행사상 최장인 18일간의 파업을 겪었던 하 행장은 통합 이후에도 옛 씨티은행 노조와 옛 한미은행 노조로부터 번갈아 노사갈등을 경험해야 했다. 옛 한미은행 노조는 대출업무 일부중단, 점심시간 일괄사용 등 방식으로 현재도 투쟁 상태다.
씨티은행이 겪고 있는 어려움은 통상적인 ‘합병후 증후군’을 넘어, 한국적 정서·관행과 외국자본의 경영원칙이 충돌한데서 비롯된 측면도 있다. 이 가운데서 하 행장의 중재자적 리더십은 제한될 수 밖에 없었다는 평가다.
출범 당시 은행권을 바짝 긴장시켰던 씨티은행은 결과적으로 그 위력을 입증하지 못했다. 물론 총자산이익률(ROA)과 고정이하 여신비율 등 재무건전성은 크게 개선됐고 씨티그룹의 자산운용네트워크와 노하우를 이용한 상품경쟁력은 일부 보여줬지만, 외형확대나 신규고객창출 면에선 아직 답보상태다.
치열해지는 은행경쟁 구도에서 주도권을 잃지 않으려면, 2년차를 맞는 하 행장도 우선은 발목을 잡고 있는 ‘내치(內治)’ 문제해결에 주력할 수 밖에 없다는 평가다.
이성철 기자 sclee@hk.co.kr고주희기자 orwel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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