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5월 서울시장 선거를 앞두고 한나라당 지망생들이 속속 출사표를 내고 있다. 홍준표 의원이 27일 출판기념회를 빌어 출마를 선언했고, 맹형규 정책위의장은 30일 의장직을 내놓으며 출마 태세를 갖췄다. 이재오ㆍ박진 의원의 출마선언도 뒤이을 전망이다.
주목되는 것은 내년 3월로 예상되는 한나라당 서울시장 경선과 2007년 대선 후보 경선과의 함수관계다. 대선후보를 둘러싼 박근혜 대표와 이명박 서울시장의 팽팽한 다툼이 서울 시장 경선에도 그대로 대입될까 하는 궁금증이다.
언뜻 보면 대리전 양상도 가능해 보인다. 구도상으로도 맹 의장이 ‘친박(親朴)’을 자처하고 있는 반면 홍준표ㆍ이재오 의원은 ‘친이(親李)’로 분류된다. 박진 의원은 비교적 중립지대에 서있다. 박 대표와 이 시장이 서로 선호하는 서울시장 후보와 짝을 이뤄 대선 전초전식으로 시장후보경선을 치를 개연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시장의 경우 자기 치적을 잘 관리해줄 인사가 후임시장이 되면 대선전을 치르기가 쉽다. 박 대표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대표 퇴임을 앞두고 자기 사람을 서울시장으로 심을 수만 있다면 대선 구도가 한층 유리해진다. 양측 모두 점 찍은 인사가 이기면 기선제압의 효과가 있다.
그러나 상황이 그리 간단치 만은 않다. 특정 인사를 시장 후보로 도드라지게 밀었다가는 승패에 관계없이 홍역을 치를 수 있다. 지면 낭패고, 이겨도 집중 견제 대상이 된다. 소탐대실(小貪大失)이 될 가능성이 크다. 대권 경쟁이 조기에 불붙어 당이 갈라지는 역효과도 무시할 수 없다.
이런 후유증은 서울시장에 뜻을 둔 인사들도 인정하는 대목이다. 맹 의장은 “당이 일찍 갈라지면 대선 전망도 어두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대통령 선거를 2년이나 남겨둔 시점에 대리전이 벌어지면 모두에게 부담”이라고 동조했다. 박 대표나 이 시장이나 선뜻 누구의 손을 들어주지는 않을 것이란 얘기다.
그래서 대선후보의 입김 보다는 대중적 지지도가 시장 후보를 정하는 데 결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내달 개정되는 당헌ㆍ당규도 시장후보를 대의원 투표 50%, 국민참여 경선 30%, 여론조사 20%로 정하도록 했다. 일반 시민들의 영향력이 확 커진 것이다.
이런 저런 이유에서 박 대표나 이 시장은 침묵하다 시장후보 경선에서 특정 인사의 승리가 확실해진 뒤에야 지원에 나서는 소극적 처신을 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이동훈 기자 dhl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