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화가 가속화하면서 국민 1인당 배출하는 유해폐기물과 생활쓰레기의 발생량은 계속 증가하고 있다. 폐기물 발생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고 폐기물 처리시설의 건설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매립 처분장과 소각시설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어 폐기물 처리비용도 상승하고 있다.
정부는 소비자가 제품을 사용한 이후의 책임을 생산자에게 부과하는 것을 포함, 폐기물 처리에 대한 새로운 정책이 필요하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그래서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을 개정해 2003년 1월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EPR)를 시행하게 되었다. 우리나라가 EPR을 시행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성과를 네 가지로 살펴볼 수 있다.
첫째, 제품의 수명주기가 연장됐다. EPR 시행 이전에는 생산된 제품을 소비자가 사용하고 나면 수명이 끝나버리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으나, EPR 실시 후 생산자 스스로 제품을 재사용 또는 재활용하면서 제품 수명주기가 연장됐다.
둘째, 기업 스스로 폐기물 처리비용 절약과 처리의 용이성을 위해 친환경적 제품설계(Design for EnvironmentㆍDfE)에 깊은 관심을 가지게 됐다. 특히 삼성전자, LG전자 등 대기업들을 중심으로 신제품 개발 시 활용하고 있다.
EPR 성과의 구체적 사례를 보면 대부분이 제품의 설계 변화와 관련이 있다. 일체형 캔 뚜껑 개발, 부품 수를 줄인 하드디스크, 토너 절약형 프린트, 먼지봉투가 필요 없는 청소기의 개발, 각종 포장재의 재질 개선 등이다.
셋째, 유해물질 사용 감소로 인한 환경 위해성 감소효과를 들 수 있다. 유해물질이 전혀 들어가 있지 않은 리튬-이온전지 사용, 납땜을 사용하지 않은 제품 출시 등이 사례이다.
마지막으로 EPR 대상 품목의 재활용량과 재활용률이 증가하였다는 점이다. 2002년과 2003년의 재활용량을 비교해 보면 페트병을 제외하고 모든 품목에서 증가했다.
EPR 시행 후 여러 가지 긍정적인 성과가 있었던 것이 사실이지만 아직 일부 품목에서 대국민 홍보 부족, 분리배출 및 수거체계 미흡, 생산자의 친환경적 재질ㆍ구조 개선 노력 미흡, 재활용업체 지원 부족 등 개선사항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해결방안은 첫째, 폐기물 관리 정책의 방향이 폐기물 처리 중심에서 입체적 생태환경 디자인인 ‘에코 디자인’을 통해 사전에 폐기물 발생을 예방하고 사후에 EPR 제도를 통해 기업이 책임을 지는 형태로 나갈 필요가 있다.
둘째 재활용사업에 대한 지원체계가 강화되어야 한다. 현재는 재활용사업의 부지 대부 및 단지 조성을 위한 우선 입주 규정 등을 법률에 두고 있으나 실제 재활용 사업자는 경제적ㆍ입지적 부담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재활용제품은 시장에서 경쟁력이 크지 않다. 공공기관의 재활용제품 구매 의무화 규정 마련과 재활용제품 다량 구매 단체에 대한 세제 혜택, 환경마크 브랜드화 전략 등을 통해 공공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폐기물회수체계의 구축은 민간 주도로 이뤄지는 게 바람직하다. 가전제품과 같이 제품 판매망이 명확히 조성되어 있는 경우에는 이를 판매되는 방향의 역으로 회수하면 효과적일 것이다. 즉 동종업계 간 공동출자로 설립된 폐기물회수ㆍ처리 전문사업자 단체가 활성화돼야 한다.
여준호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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