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對) 서방 강경노선을 취하고 있는 마흐무드 아흐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이 이스라엘을 겨냥한 극언을 내뱉어 국제적 파문이 일고 있다. 그는 26일 아야톨라 호메이니의 이름을 빌어 “이맘(이슬람 지도자)이 말한 대로 이스라엘을 지도에서 없애야 한다”고 말했다.
아흐마디네자드 대통령은 이날 ‘시오니즘이 없는 세계’이라는 집회에 모인 3,000여명의 학생 앞에서 “시온주의자 정권(이스라엘)이 수립된 것은 압제자들의 이슬람세계를 향한 공격”이라면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특히 “이스라엘을 인정하는 정부는 민중의 분노에 직면할 것”이라고 말해 이스라엘에 온건노선을 취하는 다른 이슬람국가를 비난했다.
이란의 고위 지도자가 이런 말을 한 것은 처음이 아니다. 이스라엘 멸망론은 중도 보수파로 분류되는 하셰미 라프산자니 전 대통령이 2001년 언급했을 정도로 보편적인 정치적 구호라고 BBC방송은 지적했다. 더욱이 이스라엘은 이란 핵시설에 대한 선제 공격을 주장할 정도로 이란과 적대하는 국가다.
그럼에도 주변국이 긴장하는 것은 이란 정부가 회교혁명 초기의 원리 보수주의로 회귀하겠다는 선언을 한 것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 등은 27일 호메이니의 생전 발언을 그대로 본떴다는 점에 주목했다.
중동문제 전문가인 모하마드 사디크 호세이니는 “아흐마디네자드가 정권의 독트린을 분명하게 천명했다”며 “이란을 1980년대 혁명 때로 돌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아흐마디네자드 대통령은 서방 국가들과 대화를 중요시한 개혁적 성향의 모하마드 하타미 전 대통령으로부터 정권을 탈취한 뒤 서방국가와 거리를 유지했다.
특히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유럽연합(EU) 3개국과 핵 협상이 진행되는 중에도 핵 활동을 재개하는 등 국제사회의 핵개발 포기 압력에 정면으로 저항했다. 미국과도 79년 학생운동 지도자로서 테헤란 주재 미 대사관 점거를 기획했다는 혐의를 받는 등 갈등을 빚었다.
결국 아흐마디네자드 대통령은 다음달 개최되는 국제원자력기구(IAEA) 이사회에 강경 대응하는 것은 물론, 서방세계와 전면투쟁노선을 걷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굳어지고 있다.
이미 그는 지난달 IAEA 이사회에서 미국에 동조했다는 이유로 한국과 영국에 대해 최근 수입 금지 조치를 취해 논란을 일으켰다. 더욱이 시아파가 득세한 이라크 등 주변국에 대한 이란의 영향력은 한껏 커진 상태다.
이란의 민중도 그의 반미노선에 박수를 보내고 있다. 아흐마디네자드 정권의 강경노선으로 중동정세는 예측 불가능한 상태에 빠져들고 있다.
문향란 기자 iam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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