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강은슬의 마음을 잇는 책읽기] 도서관 사서가 말하는 아이를 위해 '필요한 책'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강은슬의 마음을 잇는 책읽기] 도서관 사서가 말하는 아이를 위해 '필요한 책'

입력
2005.10.28 00:00
0 0

독자의 고민은 많고도 많은 책 중에서 지금 읽을 한 권의 책을 선택하는 것이고 출판사는 어떻게 하면 독자에게 필요하면서도 내용 좋은 책을 만들 수 있을지 고심할 것이다. 그런데 어린이책은 최종독자인 아이들뿐만 아니라 책 권하는 어른들도 만족시켜야 하니 아동서 편집자의 고민은 곱으로 커진다.

책 생산자와 소비자를 이어주는 사람들로 독서지도사나 독서운동가, 서평자를 먼저 떠올리겠지만 아주 조용해서 스스로 잘 드러내지 않는 집단이 있으니 바로 도서관 사서다.

그들보다 다양한 독자를 만나는 사람들이 어디 또 있을까. 그래서 지난 주, 전국도서관대회에서 만난 공공도서관 어린이실 사서의 이야기를 전할까 한다.

요즘 아동서가 가볍고 재미에 중점을 둔 책과 소위 원전, 혹은 완역본으로 대표되는 어려운 책으로 확연히 나뉘어 보통의 독서능력을 가진 아이들이 읽을 책이 부족하다고 한다.

원전의 깊이 있는 사고 및 상상과 섬세하고 미묘한 표현을 즐기는 수준의 아이들이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이다. 명작 읽기에 대한 어른들의 채근에 한두 번 완역본을 읽으려고 시도해보지만 곧 포기하는 아이들을 위하여 좋은 축약본도 필요하다는 게 현장에서 느낀 의견이었다. 자주 가는 대형서점에도 나날이 만화 서가가 늘어나는 현상은 사서의 말과 일맥상통한다.

그렇다면 독서자료 스펙트럼의 양 극단에 놓인 원전과 만화 사이에 어떤 책들이 놓여야 할까. 현실적으로 학교 공부를 위하여 명작의 내용만이라도 알아두기 원하는 부모의 바람도 외면할 수는 없으니 축약본도 필요하겠다.

그러나 무겁고 어렵게 표현된 책을 읽을 준비가 덜 된 아이들을 위해 가볍게 다가오지만 생각의 깊이를 놓치지 않는 읽을거리, 또 아이들이 폭 빠질 재미난 책을 만드는 데 더 많은 노력을 기울였으면 좋겠다.

돌이켜보면 어릴 때 계몽사 소년소녀세계문학전집만 읽지도 않았고 어느 날 갑자기 동화에서 한국단편문학으로 건너뛴 것도 아니다.

‘얄개전’과 ‘남궁동자’를 킬킬대며 읽을 때 주인공의 기상천외한 장난에 대리만족을 느꼈고, ‘쌍무지개 뜨는 언덕’을 읽을 때는 쌍둥이 자매의 엇갈린 운명에 안타까웠으며, 사내아이 같은 무꼬의 사랑 이야기 ‘말괄량이’에서는 일본의 백정해방단체였던 수평사를 알게 되었다. 레먼북스 시리즈의 ‘스우 언니’, ‘오케스트라의 소녀’도 잊지 못하는 책이다.

오히려 초등학교 6학년 때 읽었던 푸슈킨의 ‘대위의 딸’ 축약본은 내용보다 무척 지루했다는 기억만 남았으며 소화도 못하면서 무조건 읽었던 명작들은 한 번 읽었다는 이유로 다시 손에 쥐지 않았다.

표현과 내용면에서 다양한 수준의 재미있는 책을 만드는 것이 어린이 독자 확대에 가장 필요하다.

강은슬 책 칼럼니스트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