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림부와 농업기반공사가 야심차게 내놓은 농지은행 제도가 시행 한 달을 맞았으나 농민과 도시민 모두에게서 외면 받고 있다. 농지은행 제도는 농사를 짓기 어려운 처지의 도시민들이 보유 농지를 농업기반공사에 맡겨 전업농 등에게 임대해 관리토록 하는 사업. 부채 등으로 농지를 팔려는 농민과 도시민 사이를 연결, ‘노는 농지’를 줄이고 농촌을 활성화하자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28일 농림부에 따르면 10월1일 농지은행 제도가 시작된 이후 농지 위탁 신청은 30건, 이 중 실제 계약이 체결돼 농지 임대가 이뤄진 경우는 3건에 불과했다. 농림부 관계자는 “8ㆍ31부동산대책의 영향으로 도시민들이 농지 소유에 심리적 부담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당초 농지은행은 은퇴 후 농촌정주 등을 원하는 도시민들에게 농지 구입의 문을 넓혀줌으로써 농촌의 황폐화를 막자는 의도가 강했다. 그러나 8ㆍ31대책의 여파로 내년부터 투기 여부를 불문하고 농지에 대한 양도세가 크게 늘어나기 때문에 도시민들이 농지 구입을 꺼린다는 분석이다.
쌀시장 추가 개방 및 수입 쌀 시판 등의 영향으로 올해 산지 쌀값이 큰 폭으로 떨어지고 있다는 소식도 농지은행의 매력을 반감시키는 요인이다. 농지 임차료는 해당 지역의 땅값 등을 고려해 산정되는데 쌀값이 떨어지면서 ‘땅값도 덩달아 폭락하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가 대두됐기 때문이다.
농업계 관계자는 “올해부터 시행되는 쌀 소득보전 직불제의 경우 1㏊당 60만원에 달하는 직불금을 경작 농민이 아닌 땅 소유주에게 지급한다”면서 “직불금과 농지은행과의 관계가 명확하게 규정되지 않는 한 농민들 입장에서도 남의 농지를 빌려 농사를 짓는 게 썩 내키지 않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김신영 기자 ddalg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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