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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세상/ 임석재 교수 본보 연재 시리즈 책으로 '건축, 우리의 자화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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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세상/ 임석재 교수 본보 연재 시리즈 책으로 '건축, 우리의 자화상'

입력
2005.10.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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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은 시대의 초상이다. 삶의 방식과 가치관, 미적 성취가 그 안에 고스란히 담겨 있기 때문이다. 그만큼 적나라하기도 하다.

임석재 이화여대 건축학과 교수가 쓴 이 책은 오늘의 한국 건축을 통해 우리의 자화상, 그 일그러진 모습을 까발리고 있다. 읽는 동안 감추고 싶은 치부를 들킨 것처럼 낯이 홧홧해지는 것은, 우리 모두가 일정 부분 그런 현상들의 공범 내지는 방조자라는 자각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지은이는 건축이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 전국민이 부동산 투기꾼처럼 되어버림으로써 정상 궤도를 이탈한 건축 현장들을 날카로운 시선으로 가차없이 공격하고 있다. 그의 비판은 영화관, 고속철도 역사, 관공서, 교회, 백화점, 아파트, 모델하우스, 대형 의류매장, 테헤란로, 고시촌과 학원가 등 곳곳에 깊숙이 뻗치고 있다.

고급스런 이미지를 내세우지만 실은 서구 건축양식을 무분별하게 끌어들여 거칠기 짝이 없는 건축물, 능선을 까뭉개고 위로만 치솟으며 날로 광폭해지는 아파트, 딱딱하고 위압적인 관공서 건물 등에서 그는 우리 사회의 병폐와 혼란, 비뚤어진 가치관, 지배 계층의 탐욕과 이기심을 읽어내고 있다.

올해 3월부터 같은 제목으로 한국일보에 20회 연재했던 글을 보충하고 다듬어 책으로 냈다. 연재가 나가는 동안 독자들의 반응은 대체로 시원하다는 것이었다. ‘정말 문제다.’ 하고 평소 느끼던 것을 콕콕 잘 짚어냈다는 것이다. 후려치듯 직설적인 그의 화법이 가끔 신랄함이 지나쳐 자의적인 해석에 빠진다는 비판도 더러 있었다.

아닌 게 아니라 그의 글은 냉정하고 종종 지독하게 비꼰다. ‘저 높은 곳으로 임하시는 교회’ ‘그리스 신전을 모방한 디즈니랜드를 모방한 에버랜드를 모방한 모텔’이라든지, “아파트로 뻥 한 번 잘 치면 건설회사, 관련 공무원, 재개발 조합, 주민, 그리고 조폭까지 배 터지게 챙길 수 있다”든지 하는 표현은 통쾌하지만 듣기에 거북하기도 하다.

일단 이 책의 목적은 현상 진단이다. 건축가의 작품으로서 건축을 말하기보다 우리 시대 사회와 문화의 총체적 거울이자 자화상으로서 건축의 사회적 맥락과 의의를 비판적으로 검토하는 것이다.

하지만 독자들은 욕만 하지 말고 대안까지 내놓으라고 주문하고 싶어진다. 인간을 위한 건축, 사람다운 삶의 조건으로서 건축은 어때야 하는지 말이다.

그렇다고 지은이의 발언이 비판에만 그치는 건 아니다. 예컨대 ‘능선 보호법을 만들자’는 제안은 단순히 미학적이거나 도덕적인 주장을 넘어 능선이 도시의 열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과학적으로 설명하는 전문가다운 식견에서 나온 것이다.

그는 ‘훗날 우리의 딸들이 좀 더 살 만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애쓸 때 조그마한 주춧돌이라도 되었으면’ 하고, ‘역사 앞에서 일기를 쓰는 심정으로’ 건축에 비친 우리의 자화상을 기록했다. 건축사를 전공하면서 오늘의 현실을 비판적으로 바라본 그의 눈길에는 열정이 담겼다.

오미환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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