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국가기록물 관리가 엉망인 것으로 감사원 감사에서 드러났다. 국가 상징물인 제헌헌법 원본과 제1차 국새는 언제, 어디로 사라졌는지 아무도 모른다고 한다. 국가기록원에 보관중인 대통령 관련 기록물의 74%가 사료가치가 없는 것인 반면, 중요문서는 민간자료실에 단순보관하고 있다.
대부분의 정부 부처가 중요기록물 상당수를 분실하거나 보존하지 않았고, 그나마 보존 중인 것도 훼손된 상태였다. 정부가 지향하는 ‘전자정부’와 ‘정보화사회’의 실상이 이런 것인가.
공공기록의 체계적인 관리의 중요성은 새삼 언급할 필요조차 없다. 국가와 민족의 역사는 기록으로 보존되고 기억된다. 한 나라의 문명의 수준은 얼마나 많은 기록을 남겼느냐에 좌우된다.
그러나 우리의 국가기록 관리와 인식은 초보적인 수준에 머물고 있다. 실례로 국가기록원에 보관된 역대 대통령 자료 가운데 김영삼 전 대통령은 227건, 노태우 전 대통령은 34건 밖에 없다. 클린턴 대통령이 퇴임까지 7,580만 쪽의 기록물과 185만 장의 사진을 남긴 것과 비교하면 민망할 정도다.
국가기록원의 전신인 대한민국 정부기록보존소가 세워진 게 건국 후 21년이나 지난 1969년이고, 국가기록에 관한 법적 근거인 ‘공공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이 제정된 게 불과 5년 전이다.
이번 감사를 계기로 국가기록물 관리대책을 서둘러야 한다. 정부가 얼마 전 입법 예고한 공공기록물 관리법 개정안은 미진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퇴임 대통령과 가족들에게 관련서류를 돌려달라고 권유하는 방식으로는 온전한 관리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대통령 기록물에 대해서는 회수ㆍ보관하는 법적근거를 마련해야 한다.
부처마다 전무하다시피 한 기록물 관리 전문요원 확충과 항온ㆍ항습 등 문서보관 시설을 제대로 갖추는 일도 시급하다.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지정된 조선왕조실록을 남긴 조상들 보기가 부끄럽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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