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들도 얼마든지 자활 능력이 있다는 걸 보여드리고 싶어요.”
28일 경기 성남시 수정구 산성동 ‘마망 베이커리&카페’. 하얀 나무벽의 밝고 산뜻한 디자인이 우선 눈길을 끈다. 고풍스러운 나무의자, 아기자기하게 꾸며진 자갈길, 아담한 분재도 주인의 꼼꼼한 손길을 말해준다. 카페 안에 들어서자 달콤한 빵 냄새가 가득하다.
그런데 서빙을 하는 점원들이 모두 60대 할머니들이다. 제빵실에서 일하는 직원들도 70세는 족히 넘어 보인다. 재단법인 성모성심수도회가 위탁운영하고 있는 성남시 수정구 노인복지관 소속 마망 베이커리&카페의 아침 풍경이다. ‘마망(maman)’은 불어로 ‘엄마’라는 뜻. 직원 25명이 대부분 할머니들이라 이 같은 이름을 붙였다.
카페가 문을 연 것은 지난 8월. 지난해부터 노인복지관 한켠에서 빵을 만들어 판매했지만 외부인들이 찾기에는 너무 불편해 카페를 운영하기로 했다. 막상 카페를 열기까지는 고난의 연속이었다. 복지관장 정정순다니엘(37) 수녀는 올해 초 무작정 포스코를 찾아가 조른 끝에 1,200만원의 지원금을 타냈다.
성남시로부터도 노인정을 빌리고 약간의 지원금을 타냈지만 시설투자비가 턱없이 모자라다 보니 카페의 판매대와 나무의자까지 모두 직원들이 손수 만들고 조경작업도 직접 했다. 외부 인테리어 역시 건축을 전공한 할아버지가 틈틈이 도와줘 완성했다. 직원들은 카페 바닥에 깔 자갈을 싸게 사느라 강원도까지 다녀왔다.
마망 베이커리&카페의 한 달 수입은 800만원선. 손익분기점 1,000만원은 곧 넘어설 수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직원들에게 최저임금 수준(64만여원)의 급여를 지급하기 위해서는 수입이 2,000만원 정도는 되어야 한다. 하지만 직원들은 “도와달라”는 얘기를 절대로 꺼내지 않는다.
“오직 빵 맛으로 승부해야지, 남의 도움에 기대다 보면 빵가게 유지는 물론 노인 재활이라는 본래 목적도 요원하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권용희(26) 팀장은 “60대 노인들도 얼마든지 전문직으로 성공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 이 사업을 시작했다”면서 “직원들이 ‘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똘똘 뭉쳐 오히려 젊은이들이 부끄러울 때가 많다”고 말했다.
빵을 만드는 12명의 노인들 중 2명은 얼마 전 제과ㆍ제빵 자격증을 땄다. 일부는 커피 전문교육과정을 이수했다. 이 빵가게의 빵맛은 일품이지만 가격은 시중가보다 10∼20% 싸다. 정정두(60) 할머니는 “몇십년 만에 다시 일을 하니 하루하루가 너무 재미있다”면서 “힘 닿는 데까지 이 일을 계속하고 싶다”고 말했다.
마망 베이커리&카페는 조만간 분당에 2호점을 낼 계획이다.
이범구 기자 goguma@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