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견상 경기가 좋아지고는 있으나, 왠지 기운이 없고 불안하다. 소비 회복세가 아직 미약하고 설비투자 증가율은 20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내수 회복이 본궤도에 오르다 만듯한 모습이다. 다만 공장에서 물건을 만들어낸 정도를 보여주는 산업생산은 수출 호조 덕분에 올 1월 이후 최고 증가 폭을 보였다.
28일 통계청이 발표한 ‘9월 중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산업생산은 지난해 9월에 비해 7.2% 늘어났다. 올 1월 14.3% 이후 가장 큰 폭으로 늘어난 데다 8월(6.4%)과 비교해도 높은 것이어서 경기회복이 본격화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지만, 반도체 생산(31.9%)을 빼면 증가율은 1.7%에 불과하다.
제조업 전체의 생산활동이 활발해졌다고 보기 어려운 이유다. 특히 자동차 생산은 노사분규 등의 영향으로 11.5%나 감소, 산업생산을 2%포인트 정도 까먹었다.
소비 동향을 보여주는 소비재 판매도 지난해 9월보다 0.8% 늘어나는 데 그쳤다. 의복과 신발류 등은 많이 팔렸지만 자동차 제조업체의 노사분규로 승용차 판매가 많이 줄었다.
역시 가장 큰 문제는 부진한 설비투자다. 8월에 0.7% 줄어든 데 이어 9월에도 2.0% 감소했다. 2000년을 100으로 봤을 때 국내 설비투자 실적을 추계한 설비투자추계지수는 91.8로, 2004년 1월의 82.4 이후 20개월 만에 최저치다.
국내 기계수주도 7월과 8월에 각각 25.4%, 18.4% 증가했으나 9월에는 0.3%의 감소세로 돌아섰다. 그만큼 국내 제조업체들의 기계장비 수요가 줄었다는 뜻이다. 설비투자는 여전히 회복신호를 보이지 않고 있는 것이다.
다행히 건설부문에선 8ㆍ31대책이 별 영향을 미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건설기성액은 8월의 5.0%보다 둔화한 3.8%의 증가율을 나타냈지만, 건설수주 증가율은 8월(18.3%)보다 높은 28.5%를 기록했다. 건설기성액은 이미 발주된 공사의 건설실적을 뜻하며, 건설수주는 향후 건설물량을 의미한다.
하나경제연구소 신동수 연구위원은 “생산 증가율이 시장 예상치인 6% 내외보다 높게 나왔다는 점과 자동차 파업에 따른 부정적 효과를 고려하면 미약하나마 경기 회복세는 이어지고 있다”면서 “그러나 내수 회복세가 아직 확고하지는 못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한국은행이 이날 2,425개 업체를 조사해 발표한 ‘10월 기업경기조사(BSI)’ 결과에서도 기업들의 체감경기가 조금씩 나아지고는 있으나 여전히 비관적으로 보는 기업들이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10월의 업황 BSI는 9월 78에서 10월 83으로 소폭 상승했으나, 여전히 기준치인 100에 못 미쳐 아직은 경기가 좋지 않다고 느끼는 기업이 더 많았다.
유병률기자 bryu@hk.co.kr 김신영기자 ddalg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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