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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세상/ 죽은 자는 온종일 뭐 할까, 잠만 잘까 '스푸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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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세상/ 죽은 자는 온종일 뭐 할까, 잠만 잘까 '스푸크'

입력
2005.10.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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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의사 던컨 맥두걸은 1901년 4월10일 한 환자의 죽음이 임박했다는 전갈을 받았다. 환자는 풀어버린 한 필의 비단처럼 저울 위에 올려졌다. 맥두걸은 동료를 모은 뒤 3시간40분 동안 환자가 죽어가는 광경을 지켜보았다. 이들은 한 생명의 죽음 앞에서 슬퍼하거나 가여워 하기 보다는 앞으로 일어날 일을 기다리고 있었다.

한 의사는 환자의 얼굴을, 또 다른 의사는 가슴을 각각 지켜보았다. 맥두걸 자신은 환자가 올라 있는 저울의 눈금을 주시했다. 마침내 환자는 숨을 거두었다.

바로 그 순간 맥두걸은 저울대 끝부분이 떨어지면서 아래쪽 멈춤쇠에 부딪히는 소리를 들었다. 눈금은 다시 올라가지 않았다. 줄어든 무게는 4분의3온스 약 21g이었다.

맥두걸은 4분의3온스를 영혼의 무게라고 생각했다. 육신에 있던 영혼이 빠져나갔기 때문에 무게가 줄었으며 그것은 곧 영혼이 있다는 증거라는 것이다. 사망할 때 근육이 이완되면서 대소변이 나왔기 때문에 혹은 환자가 마지막으로 내쉰 숨 때문에 무게가 줄었을 것이라는 반론이 제기됐지만 맥두걸은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스푸크’는 미국 여류 저널리스트 메리 로취의 두 번째 저서다. 지난해 발표한 ‘스티프’가 죽음 이후 육신의 행로를 추적한 책이라면 ‘스푸크’는 죽음 이후 영혼의 운명을 탐구한다.

그녀의 질문은 아주 단순하다. 죽으면 어떻게 될까. 수백만 년 잠에 빠져드는 걸까. 하루 종일 뭘 하게 될까…저자는 풀리지 않는 이런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며 답을 찾기 위해 자료를 뒤지고 미국, 인도, 캐나다, 영국 등지로 달려가 전문가를 만난다.

그 중 한명인 게리 네이엄 듀크대 의과대학 교수는 의식의 내용물이 정보로 이뤄져 있고 정보는 그에 해당하는 일정한 에너지와 아주 가벼운 무게를 지닌다고 주장한다.

캐나다 로렌시아대 의식연구소의 마이클 퍼싱어 박사는 특정 유형의 전자기장에 노출되면 몸에서 멜라토닌 분비량이 줄어들고 두뇌 오른쪽 측두엽이 간질 비슷한 발작을 일으키기 쉬우며 유령을 보거나 환청에 시달리는 등의 현상을 겪을 수 있다고 한다.

그녀는 맥두걸에 대해서는 제 정신이 아니거나 실험 방법이 아주 엉성했다는 이유로 그의 결론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책은 육체와 분리된 영혼이 실제 존재하는 지에 대해서는 딱 부러진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전반적으로는 영혼의 세계를 부정하는 듯하지만 부분적으로는 영혼의 존재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 영혼의 세계는 여전히 풀 수 없는 수수께끼이기 때문일 것이다.

박광희기자 kh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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