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28일 당 지도부 사퇴 소식을 접하고 적잖이 충격을 받은 모습이었다. “해법 마련에 시간일 걸릴 것”이라는 반응에서 당장은 아무 것도 할 수 없을 만큼 사태가 심각하다는 청와대의 상황 인식과 당혹감을 읽을 수 있다. 노무현 대통령은 여당 지도부 사퇴 소식 등을 보고 받았으나 특별한 언급을 하지 않았다고 김만수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청와대 관계자들은 노무현 대통령이 전날 현재의 여당 지도부를 유지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뜻을 밝혔는데도 지도부 사퇴가 현실화하자 “영이 제대로 서지 않은 것을 보니 상황이 심상치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봇물이 터진 듯한 의원들의 대통령 비판에 대해서도 “예상보다 훨씬 강한 톤”이라며 우려했다.
이병완 청와대 비서실장, 김병준 정책실장, 문재인 민정수석, 이호철 국정상황실장 등 정무 관련 수석ㆍ비서관들은 긴급 회의를 갖고 ‘어려운 상황인 만큼 시간이 필요하다는 판단’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또 ‘우리당의 결정을 존중하는 게 원칙’이라고 의견을 모으는 등 당 지도부 사퇴 현실을 받아들이며 당과의 정면 충돌을 피하려 했다. 청와대는 동시에 정기국회의 중요 현안은 차질 없이 처리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들은 29일 저녁 청와대에서 갖기로 한 당정청 지도부 모임을 취소할 지 여부에 대해 논의했으나, 일단 예정대로 모임을 갖기로 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들은 “여당 의원들이 당의 잘못은 별로 거론하지 않고 격한 표현으로 대통령과 청와대 참모들만 비난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불만을 표시하면서도, 여당의 청와대 책임론 제기가 단기간에 사그라지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한 관계자는 “여당 의원들의 반발을 누그러뜨리기 위해서라도 당정청 개편 시기를 앞당길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내다봤다.
이와 관련, 노 대통령이 내각 개편을 내년 초가 아니라 금년 11, 12월 중 단행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또 여당 의원들이 비판한 청와대 일부 참모의 교체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청와대 내부에선 노 대통령이 정책 기조는 바꾸지 않더라도 국정 운영 방식을 어느 정도 바꿔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김광덕 기자 kd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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