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시리즈에서 맹활약을 펼친 ‘아시아 홈런왕’ 이승엽(롯데 마린스)의 진로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올 시즌을 끝으로 롯데와 2년 계약이 만료된 이승엽이 쥔 카드는 모두 4가지. 롯데 잔류, 일본 다른 팀으로 이적, 삼성 복귀, 메이저리그 진출이 그것이다. 그 중 현재로서는 일본에 남아 롯데와 재계약하거나 다른 팀으로 떠날 가능성이 가장 높다.
롯데는 이미 시즌 후반기에 이승엽(올 연봉 20억원)에게 2년에 50억원을 제시하며 재계약 의사를 전한 상태. 이승엽이 지난해 부진을 털고 올 시즌에는 30개의 홈런을 터트리는 등 일본 야구에 완전히 적응했다는 판단 때문이다. 이승엽은 일본 야구 최고 무대인 일본시리즈에서 ‘신들린 방망이쇼’로 3개의 홈런을 폭발시키며 팀의 4연승 우승에 일등공신이 됐다. 일본 언론은 “한류대포(이승엽)는 이미 롯데에서 절대 빠져선 안 될 존재가 됐다”고 칭찬했다. 롯데가 이승엽을 잡아야 하는 또 하나의 이유가 생긴 것이다.
이승엽은 말을 아낀다. 아무래도 롯데에 남겠다고 선언한 바비 밸런타인 감독이 걸린다. 상대팀이 좌완투수를 내보내면 왼손타자인 자신이 선발에서 제외되는 플래툰시스템에 걸려 내년에도 시즌의 절반을 덕아웃에서 보내야 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활달한 선수를 좋아하는 밸런타인 감독에 비해 이승엽의 성격은 내성적이라는 점도 껄끄러운 대목. 실제로 이승엽은 한국에서부터 끈끈한 사제의 정을 쌓아와 속 깊은 얘기를 잘 털어놓는 삼성의 박흥식 타격코치에게 “밸런타인 감독은 큰 소리 잘 치고 잘 나서는 선수들을 더 선호한다”며 종종 볼멘소리를 했다고 한다.
그러나 밸런타인 감독은 김성근 전 LG 감독을 인스트럭터로 영입해 이승엽의 부활을 도와준 장본인이기도 하다. 이승엽은 27일 박 코치와의 통화에서 향후 진로에 대해 “아직 어떻게 해야 할 지 잘 몰라 답답하다”고 말했다.
현재로선 메이저리그 진출과 삼성 복귀는 현실성이 적은 시나리오다. 박 코치는 “메이저리그에 가기엔 대우가 턱없이 안 좋아 이미 꿈을 접은 것 같다”고 말했다. 삼성으로의 유턴은 이도 저도 안 됐을 때 꺼낼 수 있는 최후의 카드다. 이승엽의 아버지인 이춘광씨는 “승엽이의 진로는 아무것도 결정된 것이 없다”며 “섣불리 결정하기보다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판단할 일”이라고 말했다.
김일환 기자 kev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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